본교 선웅(의과대 해부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생체조직 투명화 기술인 ‘액트-프레스토(ACT-PRESTO)’를 개발했다. 뇌의 구조를 밝히는 기존 해부학적 연구는 뇌 조직을 약 15㎛ 박편으로 얇게 썰어 신경세포 연결망을 하나하나 파악한 뒤, 그 정보들을 다시 합쳐 뇌세포와 분자 분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생체조직 투명화 기술을 이용한다면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어 세포나 장기 내부의 구조, 분자들을 고화질로 관찰할 수 있다. 선웅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의 뇌 구조나 뇌 신경 연결성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선웅 교수가 투명한 조직 샘플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
조직 투명화 기법을 이용하면 뇌 조직에 손상을 가하지 않으며 그 안의 신경세포 연결망을 거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런 투명화의 핵심은 생체조직 속 지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질은 빛을 산란시키는데 이를 제거하면 조직이 투명하게 보인다. 지질은 쉽게 말해 지방으로, 선웅 교수 연구팀은 생체조직 속 지방성분을 제거해 빛의 산란율을 낮췄다. 선웅 교수는 투명화 기술의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우리는 일상에서 기름(지방)을 빼는 법을 잘 알고 있어요. 하이타이 같은 세제를 사용해 찌든 때를 빼거나 드라이클리닝처럼, 유기용매에 넣어 기름때를 녹이는 방법을 쓰고 있죠. 하지만 기름을 빼면 단점이 뭘까요. 바로 흐물흐물해진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조직이 무너지지 않게 콘택트렌즈 제조에 쓰이는 아크릴아마이드를 넣어서 지방성분이 있던 자리를 대체하도록 했습니다. 조직이 무너지지 않도록 고정한 뒤 지방을 녹여 생체조직을 투명하게 만든 것이죠.”
선웅 교수는 “비슷한 개념의 기술이 이미 있었지만, 우리 연구결과의 핵심은 단계를 단순화하고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기술로는 실험용 쥐의 뇌 조직을 투명하게 만드는데 2주 정도 걸렸고, 결과가 일정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6시간이면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선웅 교수는 이번 연구를 양(量)적인 변화가 커지면 질(質) 자체가 완전히 변한다는 ‘양질 전환의 법칙’을 들어 설명했다.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 덕분에 작은 뇌 조직만이 아니라 실험용 쥐 전체를 투명화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던 중대형 크기 동물의 뇌, 장기를 투명화하는 등 여러 연구에 적용 가능한 만큼 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현재 임상에서 통용되는 2차원 병리진단에서 3차원 병리진단으로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X-ray가 인체의 단면적인 2차원 정보를 보는 것이라면 MRI나 CT 촬영은 3차원적인 정보를 담아내는 것이다. 선웅 교수는 “현재 2차원 병리학 진단은 진단하고자 하는 생체조직을 조금 떼어내 진단하는데,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리며 구조를 전체적으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일부분이 아닌 조직 전체를 볼 수 있다면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웅 교수는 “이미 영상의학에서는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치환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영상의학 분야에서 X-ray가 인체의 단면적인 2차원 정보를 보는 것에서 MRI나 CT 촬영 등 3차원적인 정보를 담아내는 기술로 발전한 것이 그 예다.
선웅 교수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뇌과학원천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된 뇌발달질환핵심연구단(NDRC)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연구단은 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투시할 수 있는 기술개발, 뇌 구조 및 기능을 분석하는 장비 개발, 분석 결과에서 진단정보를 뽑아내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선웅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가 뇌 구조와 뇌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 기반 기술로의 이용뿐만 아니라 발달 지도 정보를 활용해 교육, IT기술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race@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