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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주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입주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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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집에서 빚는 술인 가양주를 대접했다고 한다. 전통주는 재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100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고, 깊은 역사와 함께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전통주는 과거의 가양주문화와 그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부족과 국내 주세법 상 면허취득조건 제한, 수입주류업체가 중심이 되는 시장구조 등 제도적인 면 때문이다. 전반적인 전통주 시장의 현황과 제도를 알아보고 전통주 시장 성장을 위한 대안을 짚어봤다.

늘어나는 수입주류 규모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소비자 선호의 고급화와 다양화가 발빠르게 이뤄지면서 최근 수입주류시장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와인과 과실주 수입액은 2010년 1억1564만 달러에서 2014년 1억9273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맥주도 2010년 4300만 달러에서 2014년 1억1100만 달러로 6794만 달러 증가했다.

맥주의 경우 ‘맥주 양조유통’에 대한 주세법이 2014년 4월에 시행되면서 시장규모를 넓혀갔다. 최근엔 ‘수제 맥주’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현재 전국에는 40여 개의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서울 곳곳에 맥주주점이 문을 열고있다.
반면 전통주의 시장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11년 약 5000억원에서 2013년 약 2000억 원대로 하락했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전체 주류시장 중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라며 “와인, 맥주 같은 수입주 시장의 규모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주는 수입신고가격이 기준
주세를 매기는 방식에는 종가세와 종량세가 있는데 종가세는 술의 가격에 따라,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9개국은 종량세를 채택했다. 종가세를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5개국뿐이다. 인건비·마케팅비·이윤 등을 모두 포함해 72%의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현 주세제도는 전통주의 고급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전통주는 세금감면 혜택이 있지만 종가세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부담을 지는 건 매 한가지다.

하지만 ‘주세방식을 어떤 걸로 정해야 하는가’는 복합적인 상황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인소영 사무관은 “주세법을 바꿔 희석소주와 맥주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면 국내주류시장이 악화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변화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수 없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국산주와 수입주에 대한 국내에서의 주세법 적용기준도 다르다. 그렇기에 전통주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입주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국산주는 제조비에 포장재와 마케팅 비용을 합친 제반비용을 포함해 세금을 내지만 수입주류는 제반비용이 빠진 수입 신고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한국술집 안씨막걸리 최현성 술 책임자는 “라벨 디자인만 바꿔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고 그에 대한 세금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에선 쉽게 디자인을 바꾸지 못하는 게 통상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술의 종류에 따라 주세가 매겨지면 주세만큼 별도 교육세와 최종 판매가의 10% 부가가치세가 또 추가돼 세금과 판매가가 동시에 높아진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양조장을 운영 중인 무형문화재 식품명인은 “동가홍상이라고 이왕이면 좋은 디자인이고, 그럴려면 포장료가 100원 이상이 든다”며 “정부가 전통주 세금감면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적용범위가 제한적이라 차별점을 두고 발전시키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주세법에 따르면 시중에 파는 일반소주는 전통 증류식 소주가 아닌 희석소주여서 전통주로 볼 수 없다. 근처에서 손쉽게 구하는 막걸리 역시 수입쌀, 수입주정을 사용해 ‘100% 국산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주세법 기준에 어긋난다. 최한석 농업과학원 박사는 “100% 국산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업계규모가 크거나 일정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전통주 세금감면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통주 시장 부활을 위한다면 지원대상, 세금감면 대상을 넓히는 등의 추가적인 정부의 노력이 요구될 것”이라 말했다.

전통주 부활을 위한 노력들
소규모로 운영되는 양조장이나 전통주업체는 소비자 앞에 설 자리가 좁다. 한 전통주 업체의 운영자는 제조비, 유통비 등으로 매년 쌓이는 적자를 감당할 길이 없어 올해 양조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주류 전문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입산 술에 비해 한국 전통주는 고급식당이나 특정 백화점에서만 유통된다. 전통주업체 관계자는 “영세양조장 같은 경우는 따로 운반차나 연결된 유통로가 정해져 있지 않다”며 “유통회사가 직접 양조장에 찾지 않는 이상 전통주를 소개할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에는 제도 개선과 지원사업 등 전통주의 생산과 유통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 담겨있다. 전통주를 쉽게 만들어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통주나 막걸리도 하우스맥주처럼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면 음식점에서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술병 디자인에서의 차별화도 모색하고 있다. 전통주갤러리 명욱 부관장은 “기존 전통주는 획일화된 병 디자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했었다”며 “2013년부터 공동 술병 디자인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작년까지 국제 주류품평회에 한국 술로 구분된 출품부문이 없어 사케 부문에 응모해왔다. 지난해 5월 ‘막걸리’부문이 신설되고 K-SOOL 부문이 추가되면서 별도 출품부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국제 주류시장에서 한국 술(K-SOOL)과 일본술(Sake)과의 차별성을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통주갤러리 명욱 부관장은 “이러한 현상들은 한국 술을 세계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전통주에 대한 홍보, 행사 기록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일시적인 홍보가 아닌 지속적인 문화발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주 기자  100win@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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