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가 2018학년도 입시부터 학교장 추천 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의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고교추천전형으로 신입생의 50%를 선발하고, 논술전형은 폐지하며 특기자 및 정시전형은 축소한다. 10월 28일 이남호 교육부총장은 본관에서 열린 입시제도 개편안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입시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유민지 기자 you@ |
고등학교 학생부 비중 커져
이번 입시제도 개편의 핵심은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2017학년도까지 모집인원의 16.7%를 차지하는 고교추천전형(학교장추천전형)이 2018학년도에 50%로 확대되는 것이다. 기존의 ‘학생부 교과중심전형’에 ‘학생부종합 고교추천전형’을 추가해 선발 인원을 늘렸다.
학교장만 추천 가능했던 학교장추천전형과 달리 고교추천전형은 일반 고등학교 교사도 추천권을 가진다. 본교는 3년간 학생을 교육한 일반 교사의 추천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입장이다. 28일 기자회견에 따르면 2018학년도부터는 특목고에도 추천권을 분배할 가능성이 크다. 김재욱 입학처장은 “고교추천전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특목고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목고와 일반고에 추천 인원을 골고루 배정해 특정 학교에 합격생이 편중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별 추천 인원, 계열별 세부 기준 등의 세부사항은 내년 3월에 공시된다.
논술시험 폐지, 정시는 축소
수시 일반전형에선 논술시험이 사라진다. 대신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 서류평가의 비중이 확대되고, 모든 전형에서 면접을 실시한다. 본교는 논술전형 폐지로 사교육비 경감과 고등학교의 논술 지도 부담을 줄이는 데에 기여하고자 했다. 김재욱 입학처장은 “논술 교육이 모든 고등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사교육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번 개편으로 입시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했다.
정시로 선발하는 인원은 줄인다. 2017학년도까지 25.9%를 차지하는 정시전형 비중이 2018학년도에는 15% 내외로 축소된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며 변별력이 약화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2018학년도에 수능에 영어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영어 1등급자가 최대 12%까지 늘 수 있어 학생 간 점수 차이가 줄어든다. 김재욱 입학처장은 “정시전형 폐지까지 고려했지만 재수생 같은 특정 집단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선발 인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했다”고 밝혔다.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재욱 처장은 “수능 최저 기준이 남아있으면 수능 준비가 어려운 고등학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고교추천전형, 열어봐야 안다
한편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부 선발 방식에 따라 고교추천전형이 특정 고등학교에 유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동현 학림학원 입시연구소장은 “특목고가 일반고에 비해 교육 수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건 사실”이라며 “추천권 배분이 공정해도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동현 연구소장은 개편된 입시제도로 인해 고등학교 입시가 과열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는 “현 학교장추천전형에선 내신의 영향력이 크지만, 특목고가 포함된 고교추천전형에선 그 영향력이 작아질 것”이라며 “고려대가 내세운 취지처럼 가능한 많은 고등학교에 기회를 줄 거라면 특목고가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제안연구소 부소장은 “그동안 고려대가 특목고를 선호해왔다는 인식 때문에 특정 고등학교의 유불리에 대한 우려가 생긴 것”이라며 “공교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방향성을 유지하되, 편중되지 않게 학생을 선발해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asy@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