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면에 만화를 연재해 시대적으로 당시의 특징적인 고대생의 모습, 고대 생활을 포착해왔다. 2000년대 이후 본지에 연재됐던 만화를 분석해보고, 그 중 고대생의 당시 모습들을 잘 나타내는 만화 몇 가지를 추려봤다. 최초 여성 총학생회장 당선부터 타이거플라자 준공, 복학생의 비애, 4학년의 취업걱정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포착됐다.
2000년대 들어 본지의 만화연재도 이름이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高道(고도)’부터 ‘고거참’, ‘고기압’, ‘고주파’, ‘고호’, ‘고갱이’, ‘고자아’, ‘高잠이’ 그리고 현재의 ‘KU-TIM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연재되어 온 만화를 통해 고대생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⓵ 1390호(2000년 12월 4일자 신문)
<고도 12화> - 김태진
=> 만화가 나왔던 당시에 본교에서는 최초로 여성 총학생회장이 당선됐다. 제 34대 안암총학생회장이었던 김지은(법학과 96학번) 교우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자, 보수 언론들은 이를 이례적인 일로 여기고 이슈화 했다. 이 만화는 여성 총학생회장 당선에 대한 보수 언론의 당시 행동을 풍자했다.
만화를 그렸던 김태진(전기전자전파공학부 96학번) 교우는 “당시 기존 언론에서는 본교가 타 대학교와 달리 여자가 많이 없어 남성성이 강하다며, 본교 여성 총학생회장 당선을 대단한 일인 양 바라봤다”면서 “이를 비판하고자 비디오테이프로 영상을 보는 장면을 넣어, 보수 언론을 풍자하는 데 흥미를 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⓶ 1490호(2004년 10월 11일자 신문)
<고주파 20화> - 한상인
=> 만화에 나오는 새로 준공된 건물은 ‘타이거플라자’를 가리킨다. 당시만 해도 본교 내에 프랜차이즈 매장은 없었다. 새로 생긴 건물인 타이거플라자에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어온다는 건 상업시설이 학내에 생기는 최초 사례였다. 당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했다고 한다.
만화를 그렸던 한상인(일어일문학과 99학번) 교우는 “도서관이나 독서실 같은 학습 편의시설이 아닌 상업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학생을 ‘소비자’로 대하고 있다는 학교의 인식 변화가 느껴지기도 했다”면서 “‘민족’ 고대에 ‘해외’ 프랜차이즈가 생긴다는 점이 고대의 정체성에 위배된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고, 한편으론 평소 그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던 학우들은 가까운 곳에 매장이 생기니 더 편리해져서 즐거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⓷ 1513호(2005년 8월 29일자 신문)
<고주파 42화> - 한상인
=> 만화에서는 수업 시간표에서는 보이지 않는 4학년의 취업 공부, 취업 걱정에 따른 속앓이를 다루고 있다. ‘취업 걱정, 영어공부, 자격증 준비, 부모님 눈치보기, 담배’는 취업을 앞둔 4학년인 학생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이 만화가 그려졌던 2005년으로부터 현재 10년이 지났지만, 취업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 4학년의 모습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⓸ 1536호(2006년 5월 15일자 신문)
<고호 12화> - 홍성윤
=> 만화에서 묘사한 복학생의 자조적인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학교 행사나 축제가 있어도 같이 갈 동기를 구하기 힘든 상황을 재미있으면서도 슬프게 표현하고 있다. 만화에 따르면 학교에 복학했지만, 동기들은 졸업을 했고, 학교 축제에 혼자 가긴 싫어 커뮤니티에 같이 갈 사람을 찾지만 찾기도 힘들다. 결국 같이 축제에 갈 사람을 못 구한 복학생은 도서관에 간다.
복학생의 심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만화를 그린 홍성윤(언론학부 00학번) 씨는 정작 당시 복학생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만화 주인공은 ‘그림마당’ 동아리에 있던 복학생 선배들이며, 주로 선배나 동기들과 함께 지내면서 만화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⓹ 1776호(2015년 5월 18일자 신문)
<KU-TIME 54화> - 김채형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자취생의 모습을 담아낸 만화다. 특이한 점은 와이파이(wifi)를 재미있는 소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이전엔 지금과 다르게 와이파이의 개념이 없었을 것이다.
만화를 그린 김채형 씨는 “노래를 부르거나 시끄럽게 하는 이웃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자취생의 고달픈 심정을 생각하며 그렸다”면서 “유머러스한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수환, 백승주 기자 news@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