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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환(대학원·뇌공학과) 교수는 "뇌공학 기반의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영국 수학자 이안 스튜어트(Ian Nicholas Stewart)는 “우리의 뇌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단순하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 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금까지 뇌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도 1.5kg의 주름진 물체에 대해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뇌의 구조를 모두 알아야 뇌를 모방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일까. 이성환(대학원·뇌공학과)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비행기는 새를 모방했지만 새의 해부학적 구조를 똑같이 흉내 내지 않았다. 이세돌을 4:1로 꺾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도 인간의 뇌 정보처리구조에서 가장 기초적인 수준만을 이용했다. 현재 뇌 공학은  다음 세대를 이끌 학문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이자 뇌 공학의 권위자인 이성환 교수를 만나 뇌 공학 이야기를 들어봤다.

- 뇌 공학은 무엇인가
“뇌 공학은 인간 뇌에 관한 해부학적, 기능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 뇌에서의 고차원적 정보처리원리를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학문이다. 뇌 공학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뉘는데 한 줄기는 인공지능, 다른 한 줄기는 뇌 질환 분야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가진 (자연)지능과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기계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고, 뇌 질환 분야에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뇌 질환을 진단, 예측하고 예방을 돕는 기술을 제공한다.

뇌 공학은 단순히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는 신경과학과는 다르다. 철저한 응용, 융합학문이다. 뇌 신호와 뇌 영상을 습득하는 과정은 전자 및 컴퓨터공학과, 뇌 영상 분석이나 재활로봇 제어 등은 의공학과, 치매 등의 뇌 질환 진단은 바이오, 인지과학과 관련이 있다. 이외에도 뇌 공학은 심리, 생물 등 수많은 분야와 융합하고 있다.”

- 뇌 공학은 어떻게 활용되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사람의 의도가 포함된 뇌 신호를 측정, 분석하여 생각만으로 외부세계의 로봇이나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다. 특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생활 보조와 신경재활공학에 많이 활용된다. 사람이 어떤 잔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뇌에서 신호가 발생한다. 발생하는 신호는 핸드폰을 집을 때, 잔을 집을 때 모두 다르다. 이때, 뇌의 신호들을 측정 장치를 통해 통계적으로 분석해 가장 유사한 패턴들로 인식하고 분류한다. 영화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생각만으로 방 안의 전등을 켜고 끄거나, 글자를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 컴퓨터가 스스로 사물을 판단할 수도 있나
“컴퓨터가 카메라를 통해 입력되는 영상 정보들을 분석하고 이를 인식하도록 하는 컴퓨터 비전이라는 기술이 있다. 현재는 단순히 사람의 얼굴 인식만 가능하다. 사람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등의 인간의 고차원적인 시·지각 능력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최근 컴퓨터 비전 기술은 뇌 공학과 결합하여 뇌의 정보처리구조와 인지능력을 모방한 새로운 분석 기법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추세다. 이런 분석 기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딥 러닝이다.

딥 러닝은 뇌의 계층구조를 모방해 인공신경망을 구성함으로써,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처럼 기계를 학습시키는 알고리즘을 말한다. 딥 러닝은 최근 빅데이터와 컴퓨터 계산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심층 신경망 학습이 가능해지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컴퓨터 비젼, 신경재활공학, 인공지능 등은 모두 딥 러닝을 바탕으로 응용되는 분야다.”

- 알파고도 딥 러닝을 이용했나
“인공지능 알파고는 딥 러닝과 몬테카를로트리탐색(MCTS), 크게 두 가지 기술이 결합되어 작동한다. 먼저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이라는 딥 러닝 기술이 있다. 정책망은 어떻게 하면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지를 판단해 돌을 놓을 자리를 결정하는 것이고, 가치망은 한 수를 놓을 때 이길 예측 확률을 계산해 형세와 유·불리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알파고가 스스로 수많은 대국을 진행하면서 승리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학습하게 하는 강화학습 기법(Reinforcement Learning)을 사용했다. 몬테카를로트리서치탐색 기술은 경우의 수로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가지를 탐색하는 알고리즘으로, 여러 선택지 중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 인공지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했을 때 부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다. 모든 산업이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가 되면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좀 걱정스럽지만 그걸 뭐 어떻게 하겠나. 새로운 산업이 나오면 받아들이고, 대신 새로운 산업에서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생각을 해야지 이것을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자동차 산업이 나오면서 카센터, 보험, 주유소 등 부가산업이 얼마나 많이 생겼나. 어차피 기술은 발전한다. 전 세계가 자동화, 지능화 되는데 우리만 기계파기운동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새로 만들어지는 산업에 눈을 돌리고 일자리를 만들어서 체계를 빨리 정립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스템과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 뇌 공학의 전망은 어떻게 되나
“뇌 공학이 적용되는 분야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 뇌 공학은 가상현실 기술과 결합한 차세대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 인간의 감성인지 기반의 뉴로마케팅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헬스 케어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차세대 실버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들어 빅 데이터 기술과 컴퓨터의 계산속도 향상으로 숨겨져 있던 뇌의 많은 부분들이 밝혀지고 있다. 밝혀진 뇌의 특성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뇌 공학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뇌 공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가
“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또 뇌 공학은 단순히 뇌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응용 시스템을 구현하는 성격이 강한 학문이기 때문에,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컴퓨팅 능력이 요구된다. 융합적 사고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뇌 공학은 공학을 넘어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심리학, 철학 등의 인문학과도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듣지 않으면 크게 혼을 낸다. 전공이 달라도 다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 그것이 나의 연구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준 기자  june@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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