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문과대학과 실천적 인문공동체 시민행성이 주관한 인문주간 ‘안암동 청년인문극장’이 10월 26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됐다. 이번 인문주간은 특강 위주가 아닌 연극, 음악, 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생존법 워크숍 △을의 민주주의 강연 △잔디밭에서 듣는 문학평론가 함돈균의 강의 △안암동 청년다방 △청년문장낭독회 등 5개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행성 대표 이형대(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학생, 시민과 함께 인문학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사진 서동재 기자 awe@ |
청년들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
안암동 청년인문극장은 현실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행복한 사회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제공했다. 시민행성 강훈구 간사는 “청년 문제에 대해 답을 내리고 행동하기보다 청년 담론을 형성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26일 학생회관에서 진행된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생존법 워크숍에서는 40여 명의 참여자가 저승사자로 분장한 스태프들과 함께 가상지옥에서 ‘왜 한국이 헬조선이라 불리는가’에 대해 논의했다. 그들은 무한경쟁 속에 사는 자신들을 연애, 결혼, 출산을 넘어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 불렀다. 이들은 청년들이 불편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진지충’이라 부르는 것은 발언의 기회를 제한하는 청년세대의 모순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체험에 참여한 중국인 손정아(여·19) 씨는 “외국인으로서 한국 학생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며 “이런 그들의 대화가 현실을 이상향에 가깝게 만들 것”라 말했다.
따뜻한 예술을 선사하다
음악 속 가사와 시 구절을 통해서도 청년의 사회를 비춰볼 수 있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와 ‘잔나비’ 밴드가 28일 안암동을 찾아 청년에게 희망을 전했다. 잔나비는 ‘서른 즈음에’,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연주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음악을 요술이라 표현하면서 음악과 인연을 끊는 청년의 모습을 보며 병든 사회라 비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서 그 시대의 노래를 들으면 다시 젊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고단한 생활 속에서 청년들의 ‘음악 좀 꺼주세요’라는 말은 늙어가고 있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황병승 시인, 김애란 소설가, 함돈균 문학평론가와 함께 청년을 위한 문장을 함께 낭독하는 자리도 가졌다. 29일 열린 낭독회는 극단 극것의 연극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세월호를 바탕으로 죽은 사회를 설명하고, 죽은 사회에는 시인이 필요하다며 극을 마쳤다. 뒤이어 이어진 청년문장낭독회에는 이경록 기타리스트의 서정적인 연주와 문학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구절은 김애란 소설가의 소설 <침이 고인다>의 구절이었다.
나는 어서 학교에 가고 싶었다. 얼추 한 학기 등록금을 모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피로나 긴장을 느끼고 싶었다. 긴장된 옷을 입고 긴장된 표정을 짓고 평판을 의식하고 사랑하고 아첨하고 농담하고 험담하고 계산적이거나 정치적인 인간도 돼보고 싶었다. (중략) 밤마다 조그마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이곳 반지하에는 타자 소리와 영어 단어 외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언니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볼펜을 던지며 소리쳤다. “야 미래가 어떻게 완료되냐.”
김애란 소설가는 “마지막 문장이 언니의 엄살이 아니라 예언처럼 느껴졌다”며 “요즘의 청춘(靑春)은 푸르기 때문에 청춘이 아니라, 멍이 들어 푸르스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낭독회를 마치고 문학가들을 좇던 하나경(여·20) 씨는 “육성으로 문학가들의 낭독을 듣고 함께 생각을 나눈 자리가 기분 좋은 낯섦을 제공했다”며 “글을 자주 쓰는데, 모티브가 많이 됐다”고 전했다.
김태언 기자 bigword@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