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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6 20:32

[냉전]낙엽을 태우던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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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1994년. 경기도 시흥에 살던 7살 소년은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학교 끝난 후 아파트 인근 공터에 쭈그리고 앉아 놀고 있었다. 잠자리 잡기도 하고 낙엽 모으기도 하며 나름의 놀이를 찾아내 놀던 소년과 그 친구들은 어느 날 소년이 가져온 라이터라는 물건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불붙이는 방법을 알게 된 후 소년과 친구들은 모은 낙엽을 태우며 놀기 시작했고, 아마 조금씩 더 대담해졌을 것이다. 

10월 어느 날 사건은 발생했다. 낙엽에 붙였던 불은 소년의 친구인 한 소녀의 치마에 붙었고, 손쓸 도리 없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소녀는 그 화재로 인해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같은 해 11월 사망했다. 형사 미성년자이자 책임 무능력자인 소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고, 소년의 부모는 ‘자녀의 관리 및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액 약 7000만 원을 소녀의 부모에게 지급했다. 

최근 ‘용인 캣맘 사망 사건’으로 인해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소년 가해자의 법정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의 쟁점이 된 바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피해자 사망의 원인은 ‘캣맘’이라서가 아니라 미성년자들의 부주의한 행동 때문이다. 가해 학생이 만 9세이기 때문에 형사상 법적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민사상 미성년자의 부모에게 손해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 여론은 ‘형사 미성년자의 기준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과 ‘미성년자의 형사 처벌은 실효성이 없다’는 쪽으로 나누어 졌다. 

하지만 가해 행위를 한 미성년자에게 사후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찾기 어려웠다. 교육부 등 정부 기관에 알아봤지만, 미성년자가 가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사후적으로나마 행위의 불법성에 대해 교육을 해 주는 제도나 이와 같은 학생들을 담당하는 부서는 없었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법률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교육기관 등 사회 내 다른 곳에서 가해 행위를 한 미성년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불법성에 대한 교육은 물론, 살면서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부분을 치유해 주는 곳도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돌아가신 분의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감히 그 슬픔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해 학생의 남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벽돌을 던진 그 소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소년도 자신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평생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까. 그 소년의 부모는 어떻게 자식을 지키며 아이를 교육해야 할까. 형사 무능력자로 인한 사건·사고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사후적 책임과 관리를 부모와 본인에게만 물어도 될까. 11년 전 낙엽을 태우려 했던 그 소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후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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