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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죽기 전에 유언을 남긴다. 죽으면 사라지는 자신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삶을 기념하고자, 아니면 뒷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길었다면 길었던 대학생활이 끝나가는 상황에 군 휴학 포함 6년 동안 느꼈던 대학생활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본다. 그동안 아쉬웠던 점도, 후회하는 점도, 좋았던 점도 모두 남기고 싶지만 한 두 페이지 안에 담기엔 불가능하기 때문에 짧게 요약을 해보도록 한다.


   2005년 11월, 수능이 끝났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인생에 있어서 이토록 비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군대에서 아프고, 밤샘 근무하다가 훈련이 생겨서 30분 만에 800고지를 주파할 때 보다 더 비참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처참했기에 아직도 기억난다, 아마 평생 못 잊을 점수일 것이다.


   언어 97 2등급(그 해 언어가 쉬웠다) / 수리 97 1등급 / 외국어 48 5등급 / 사탐 192 (1,1,1,2등급)


   그 해 영어가 유독 어려웠던 해였다. 영어 기본기가 부실했던 나로서는 천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널뛰기 성적이 종지부를 찍고 서창캠(당시 이름)에 진학했다. 재수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 싫었던 수험생활이었기 때문이었다. 같이 스터디 했던 중 고등학교 친구들은 SKY에 진학했다. 정말 괴로웠기 때문에 도피하고 싶었다. 그 도피처로써 서창캠은 좋은 구실이었다. 간섭도 없는 조치원 외지, 그리고 고려대라는 자기위로 등 쑥게에 내가 욕을 하는 그런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중 고등학교 때 항상 따라다니던 우등생의 딱지가 패배자의 낙인으로 바뀌면서 그 시선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생활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던 계기를 꼽자면 군대 전후로 나뉜다. 군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아니다. 그 기간 때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1 사람

   인간은 인간을 만나면서 많은 변화를 한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중 꼽자면 내 주변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같은 동아리, 인문대에 다니는 동기였다. 그 친구는 남들과 달라보였다. 누구보다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향해 달려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동경했던 나로서는 이상형이었다. 그 친구와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변하게 됐다. 흐느적 흐느적, 목적도 없고 물 흐르듯이 혹은 정신 빼놓은 것 같은 1학년 때 모습에서 그 친구처럼 바뀌게 됐다. 그 이후로 내 삶도 주변사람들의 시각도 달라지게 됐다. 꿈이 생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했었다. 주위 시선도 더 이상 뽕 맞은 그냥 아무개 아닌 뭔가 열심히 하는 한 사람이 됐다.


   두 번째는 군대에 있었던 행보관 이 중사였다. 김해대학, 당시 나이 27살의 이 군인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지방 전문대생에 불과했다. 하지만 능력은 발군이었다. 27살에 행보관을 달았을 정도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그리고 성격도 매우 더러웠다.


   행정병을 하면서 이 사람에게 허구한 날 맞았다. 아직도 그 사람이 뿌렸던 페라리 블랙 향수냄새와 함께 불타오르던 내 뺨따구는 잊지 못한다. 날 갈구던 이유는 간단했다, 실력도 부족한 놈이 자만은 왜 그리 하느냐. 난 매일 야근을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을 공부했다. 항상 깨졌고 다시 했다. 거시기로 밤송이를 까도 시간은 간다 했던가, 1년이 지나자 난 그 분야 행정계에서 최고가 되어있었다. 사소했던 버릇도 이 중사를 통해 배우게 됐다. 메모하는 습관, 스케쥴 관리, 전화 예절, 윗사람 대하는 예절, 영업적인 관계, 규칙적인 생활 습관, 정리하는 습관, 사람과 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 등. 참 밉기도 좋아하기도 했던 그 중사는 전역하면서 내게 한 마디를 남기고 갔다, ‘내가 항상 지적했던 부분만 계속 개선한다면 아마 넌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과 김 선배였다. 그 선배는 나이가 많았다. 용접하다가 생각이 바뀌어서 대학을 진학했던 그 선배를 알게 된 것은 계절학기 팀플에서였다. 그 선배는 스스로 말했다, 나는 멍청하기 때문에 한가지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공부를 하면서 남들이 하는 만큼이 아닌, 그 이상을 나가는 법을 배우게 됐다. 누구나 핵의 껍데기 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단단한 껍질을 깨고 핵심으로 들어가는 것은 노력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선배를 만나면서 내 성적은 기하급 적으로 상승하게 됐다. 그 선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메이저 공기업에 입사를 했다.


   첫 번째 동기가 내 성격을 바꿨다면, 두 번째 사람은 내 습관을, 세 번째는 공부하는 방법을 바꿨다. 20대에 있어서 가장 잊지 못할 사람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이라 생각되면 어떻게든 붙잡고 배우는 것이 좋다. 사실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그다지 좋지 않은 사람도 분명 많다. 그저 학번으로만 내세웠던 한 학년 윗 선배들도 있었고, 술만 마실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는 않고, 좋은 사람을 찾아 그 좋은점을 꼭 배우는 것을 말하고 싶다.


   세 명 이상이 지나가면 그 중 한 명의 선생님이 있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 항상 배우는 습관을 잊지 않아야 한다.




   #. 2 환경

   네이버 웹툰 정글고를 보면 생선 선생이 말한다. ‘반 학생을 보면 10%는 거꾸로 매달아도 공부를 한다, 그리고 다른 10%는 때려죽여도 공부를 안한다. 그러나 80%는 하게 만들면 하게 된다’ 나는 80%중 하나다. 주변 영향에 잘 휩쓸린다고 해야하나, 혼자 있는 집에서는 공부를 못하고 도서관에서는 열공하는 그런 타입이다.


   여기서 안암 캠퍼스를 말하고 싶다. 갑자기 왠 생뚱맞은 안암캠이냐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생활에서 안암캠을 빼놓을 수가 없다.


   항상 후배들에게 기회가 되면 안암에서 수업을 배우라고 권장한다. 가끔 ‘학점이 망할까봐 걱정된다’ 라는 후배도 있다. 하지만 잃는 학점 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위에 말한 고등학교 때 같이 스터디 했던 Y대 경영학과 친구가 한 말이 있다. ‘명문대와 비명문대 차이는 그 학교가 학생의 포부를 키워주는 차이에 있다’


   조치원은 좁다. 자극이 없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조치원에서도 10%는 매달아도 자기 앞가림을 하지만 80%는 그렇지 않다.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어느정도 해야하는지 감이 잘 안온다. 안암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그래도 한국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생각과 생활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다. 스스로 부족한 점도 다시 알게 됐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포부를 알 수 있었다. 신선한 자극이었고 오기가 생기고 더욱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흔히들 하는 오해가 있다. 안암캠에 가면 우리는 베이스다, 혹은 안암캠 사람들이 서창사람들을 싫어한다 등등. 하지만 생각보다 안암 사람들은 세종의 존재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애초에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올라가서 공부하는 우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고파스 익게 서창 혹은 세종 키워드로 검색해 5년동안 있었던 어그로 글들을 모두 읽었다. 오기가 생겨서라도 모두 읽고 안암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편견과 열등감이 생길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몸을 움츠리게 됐고 어떤 일을 해도 끌려다니는 처지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내가 알던 것이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간 대 인간으로 안암사람을 대했다. 또 나 스스로에게, 내가 세종캠의 얼굴이다라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했다. 지금은 수 많은 안암 학우 내에서도 기죽지 않고 팀플이나 반 수업을 이끌어 나가게 됐다. 수업에서 반장을 하는 것도 있었다. 세종에서는 한 번도 안했던, 노트북 빌리고 프로젝터 연결하는 것도 다 배웠다. 맨 앞에 앉아서 누구보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먼저 팀플을 하자는 제의도 많았고, 안암 세종을 떠나서 인간 대 인간으로 친해진 안암 학생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내 대학생활을 꽃으로 비유하자면 4학년에 이르러서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위에서 말한 10%가 아닌 80%라면 주변 환경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세종캠의 가장 큰 장점은 안암이라는 환경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 학생은 어떻게 학점교류라도 안암에서 수업들으려고 애쓴느데, 그에 비해 세종은 축복받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안암이 아니더라도 여러 환경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하고 접하기 쉬운 좋은 환경은 안암캠이기에 한 번 쯤은 안암캠에서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 3 리더와 팔로워

   이분법적 논리는 정말 싫지만, 그래도 나눠 본다면 사람은 크게 리더와 팔로워로 나눌 수 있다. 내가 말하는 리더는 꼭 단체의 리더가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할 수 있다.


    자기가 무언가를 할 때, 스스로 하고자 해서 능동적으로 하는 리더인가, 아니면 주변 등쌀에 못이겨 눈치보며 쓸리는 팔로워인가. 두 부류의 성과는 당연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장 폴 샤르트르는 말했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써 의미를 지닌다. 어떠한 선택이든 남이 해줄수 없고, 주체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한 가지 묻는다. 당신은 스스로 선택을 하여 실행하고 있는가?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적극적으로 할 때 자신의 잠재능력이 꽃 핀다. 하다못해 공부를 할 때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가 아닌, 내가 하고 싶어 한다 의 차이는 크다. 자신의 선택은 냉정히 말해서 부모가 좌지우지 할 수 없다. 가장 큰 조언이긴 하지만 선택은 꼭 자신이 해야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주체적이 되면 변하기 시작한다. 인생이 설계되고 꿈이 생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재탕하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꿈이 아니라 별이다. 꿈은 꾸어야 꿈인 것이다.


   팀플에서도 마찬가지다, 얄미워도 무언가 적극적으로 하려 하는 사람이 조용히 묻어가는 사람보다 더 나을 수밖에 없다. 괜히 ‘깝친다, 나댄다’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그저 병신들의 마인드일 뿐이다. 분명 적극적으로 해서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했던 것이 잘못됐다는 사실 하나 아는 순간 그것은 또다른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식으로 꾸준히 깨지고 배워가면서 발전하는 것이, 수동적으로 조용히 욕 안먹고 있다가 발전 못하는 이들보다 나을 것이다.


   항상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자신이 시도하는 버릇을 권유하고 싶다. 실패가 두려울 수도 있다. 나 역시 몹시 두렵다. 그러나 삼국지 조조는 말했다, ‘내가 살아있는게 곧 성공이다. 살아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삼국지 인물 중 가장 많은 실패를 한 사람은 조조다. 그러나 왜 실패했는지 항상 배우고 개선하고 스스로 다시 일어났기에 결국 성공 할 수 있었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깨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의 리더로써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깨지면 일어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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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짧게 쓰려고 했는데 조금 길어졌네요.

그냥 지난 대학생활들을 생각하며 느꼈던 점을 몇가지 적으려 했던 거에요. 

뭔, 아직 일개 학부생이 저래 잘난척 할까 생각할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글로 한 사람이라도 뭔가를 알게 된다면, 저로서는 큰 수확이네요.

글 구성 없이, 퇴고 한 번도 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글이니 문법상 오류, 문맥 문장 어휘간 어색한 표현은 그냥 넘어가 주세요. 


그 외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잔소리쟁이 같아 보일까봐 줄일게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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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자러다니는3 2011.11.26 22:09
    추천합니다 :)
  • profile
    드루이드 2011.11.26 22:09
    가야님이 생각보다 나이가 드신분이네요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해요
  • profile
    앱등이 2011.11.26 22:09
    가야님 쑥게에서 매일 싸우시길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는데 ㅋㅋ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profile
    예쁜팔 2011.11.26 22:09
    흠.....별말이 필요없네요. 제 버잔으로 한번 다시 각색해봐야겠네요...
  • profile
    로날도 2011.11.26 22:09
    헐 가야님 진짜 잘읽고 갑니다 저도 이렇게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할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profile
    pyoKOREA 2011.11.26 22:09
    이렇게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글은 누구의 글을 읽건 언제 어디서 읽건간에 참 훈훈해지고
    자칫 바쁜 일상속에서 먹고 살기만 바쁜 인간의 삶에서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많이 느끼고 갑니다
  • profile
    세종인 2011.11.26 22:09
    좋은사람을 만나야한다는것..동의해요!
  • profile
    KS 2011.11.26 22:09
    가야님 나이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네요.
    형님!!!
  • profile
    VERITAS 2011.11.26 22:09
    우리가 세종캠의 얼굴이다... 공감가네요.
  • profile
    EH리우스최 2011.11.26 22:09
    만나보고싶다.......나도 2005년 11월에 수능보고 06년 3월에 입학했는데........어떻게 나랑 이렇게 다를수가 있지......사고와표현 A+받으셨을듯........
  • profile
    09김지식 2011.11.26 22:09
    고마워요
  • profile
    루베 2011.11.26 22:09
    이글 보면서 정말 많은걸 깨닫게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대학생활을 정말 후회없이 주도적으로 생활해야겠어요.
  • profile
    기린이치방 2011.11.26 22:09
    감사합니다. 스크랩해 가요~*^.^*
  • profile
    뚣뚣뚜 2011.11.26 22:09
    감사합니다. 스크랩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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