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로 노동의 첫 단추를 끼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대학생 11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2014), 대학생의 66.3%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료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두 명 중 한 명은 최저 시급조차 모른다. 아르바이트생이 갖고 있는 마땅한 권리도 모른 채 노동을 시작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 일러스트|김채형 전문기자 |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조’는 4월 30일 ‘알바생’이 아닌 ‘알바노동자’라는 호칭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비정규·불안정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전 연령대가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와 학생의 합성어인 알바생이란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의 첫 단추를 제대로 달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근로기준법을 알아봤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뜻한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또한 근로기준법 상으로 근로자이다. 김나영(정경대 경제14) 씨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빌려 근로기준법의 주요 내용을 살폈다. 또한, 본교 인근의 상점들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의무를 다한 채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지 알아봤다.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아르바이트 채용정보 사이트 ‘알바천국’에 올라온 24개 사업체가 대상이 됐다.
다른 학생들처럼 대학 입학 후 과외를 했다. 1학년 겨울방학이 되자 사회를 경험하고 싶었다. 직원이 나 혼자인 곳이 아니면서 사람을 대하는 일을 찾아봤다. 내 첫 일자리는 경희대 주변의 한 일본식 술집이었다.
면접을 보러 가자 가게의 실장을 먼저 만났다. 그는 20분 동안 ‘고향이 어디냐’는 둥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그 관문을 통과하자 비로소 가게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괜찮은 외모와 ‘말발: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는 말의 힘’을 지녀야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 사장과의 만남은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최소한 3개월은 일할 수 있는지, 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받은 후 합격할 수 있었다.
그 후, 일주일간의 ‘수습 기간’을 거쳤다. 나도 일에 대해 알아갈 시간이 필요했고, 사장에겐 ‘과연 내가 이 일에 맞는 아르바이트생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수습 기간엔 최저 시급인 5580원을 받았다. 수습 기간 동안 기존 아르바이트 언니에게 ‘언더락 주문이 들어오면 레몬을 어떻게 썰어야 한다’ 등의 메뉴 요리법을 배웠다. 사장에겐 손님 대하는 법을 배웠다. 수습 기간이 끝난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시급 6000원. 저녁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일할 것. 그만 둘 땐 열흘 전에 통보 할 것. 한 달 이하 일할 시 최저시급으로 다시 전환. 나쁘지 않은 근로조건이라 생각했다.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 이전엔 계약을 맺은 뒤 서면으로 남기지 않아도 무방했으나, 2012년부터 근로기준법이 바뀌면서 사업주는 근로조건이 담긴 서면을 노동자에게 교부해야하는 의무가 생겼다(근로기준법 제17조). 이를 위반 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근로계약서엔 △근로계약기간 △업무 내용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임금 등의 내용이 담긴다. 만약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증거가 없기에 도리어 피해를 당할 수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꼭 가게에 오는 남자가 있었다. 보험사 직원이었다. 사장님에게 “이 가게 보험 들으셨어요?”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 아르바이트생들은 왜 보험 안 들어요?”라고 되물었다. 내가 알기엔 사업주는 아르바이트생 또한 4대 보험에 가입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사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4대 보험을 가입시켜달라고 계속 졸랐다. 그러던 중 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 오빠가 손을 크게 베였다. 그게 촉매제 역할을 했다. 사장은 5명의 아르바이트생의 4대 보험을 모두 들어줬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4대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급여의 9%인데 이중 사업주와 근로자는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급여의 5.33%로, 이 또한 사업주와 근로자는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고용보험은 급여의 1.15%로, 사업주가 0.7%, 근로자가 0.45%를 부담해야 하며, 산재보험(이하 산재)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아르바이트생의 4대 보험을 들어주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본교 주변의 사업체 중 단 3곳만이 복리후생란에 ‘4대 보험’이 적혀있었다. ‘떡뽀이’ 안암점 구직 공고엔 ‘본인이 원하면 4대 보험에 가입한다’고 적혀 있었다. 떡뽀이 관계자는 “4대 보험 가입을 싫어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1년 이상 일하면서 본 업무를 배우려는 학생이라면 4대 보험을 드는 게 이득이지만,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라면 고용보험을 들어도 일을 그만둘 때 혜택을 받을 게 없다는 논리였다. ‘사보텐’ 고대점은 복리후생란이 빈칸이었다. 4대 보험이 되는지 묻는 말에 사보텐 관계자는 “안 해주니까 최저 시급 5580원을 주는 것”이라며 “4대 보험을 들면 이를 공제해 최저 시급보다 더 적은 시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빙’ 고대점의 관계자도 “아르바이트생에겐 4대 보험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는 위법이다.
근로계약서가 점점 유명무실해졌다. 근로계약서에 적혀진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새벽 5시에 간 적도 많다. 시급 6000원은 동일하다. 내가 공부한 바대로 라면, 오후 10시 이후론 야간수당을 받아야 한다. 일주일에 평균 24시간 일한 나는 주휴수당도 받아야 한다. 4대 보험 때처럼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상시 근로자 수가 5인일 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장이 같이 일하는 아내를 근로자가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고, 5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다 나오지 않을 때도 있으니 괜히 말했다가 낭패만 볼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야간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 야간근로는 밤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이뤄지는 근로를 말하며, 이에 대해서 사용자는 통상적인 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 이 외에도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1주 40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연장근로’가 돼 이 시간의 노동 대가 또한 통상임금의 1.5배가 된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 제55조가 보장하는 것으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유급휴일이란 돈을 받고 쉬는 날이다. 유급휴일에 발생하는 급여가 바로 ‘주휴수당’이다. 주휴수당을 받기 위해선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며, 예정된 근무일엔 만근 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조건이다. 조건을 만족하면 일을 하지 않은 채, 주 5일 근로자를 기준으로 계산된 하루 치 일당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김 씨는 근로계약서 상으로 시급 6000원, 하루 8시간씩 주 3일 일하기에 주당 총 근무시간인 24시간을 주 5일로 일한 것으로 환산해 이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즉 ‘시급 6000원×4.8시간’의 금액인 2만 8800원을 주휴수당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본교 주변에 야간수당과 주휴수당에 대해 언급한 사업체를 조사한 결과 ‘커피빈’만이 이를 적용하고 있었다. 커피빈 관계자는 “근무일에 모두 출근할 경우 주휴수당을 주는 건 법적으로 정해져 있으니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레몬트리 피시방’ 관계자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휴수당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설명하니 “월급 주기도 바빠 그건 못 해줄 것 같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야간수당, 주휴수당과 같은 법정수당은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레몬트리 피시방의 상시 근로자 수가 5명보다 적을 경우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손님이 많아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손님이 없다고 집에 가라고 하는 것은 화가 난다. 시킬 일이 없으니 내게 줄 아르바이트비가 아까운 것이다. 밤 12시에 회식이 있는데 밤 10시에 손님이 없다고 집에 갔다가 다시 12시에 돌아오라니 어떡하란 말인지.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는 경우엔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실제 판례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에서 사정변경으로 작업량이 줄어들었다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했고(1969.3.4, 대법 68다 1972), 제품 판매 부진 및 자금난으로 인한 휴업은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휴업이었다(1968.1.5, 기준 1455.9-12). 즉, ‘손님이 없다’는 이유는 사용자의 귀책사유이므로 위 상황은 위법인 것이다.
오랜 시간 손님을 대접하다 보니 힘들다. 지금은 밤 9시. 오후 5시에 출근했으니 4시간이 지난 셈이다. 쉬고 싶다. 근로기준법엔 4시간 노동에 대해선 30분의 휴게시간이 보장돼있다. 그래도 오늘 월급이 들어오니 버티자! 근데 월급 들어오는 게 항상 정해진 날짜보다 1~2주 늦게 들어온다. 처음엔 참았는데 갈수록 답답하다. 오늘도 안 들어올 것 같아 걱정된다. 나보다 오래 일한 알바생 언니에게 물어보니 항상 그랬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이 지급돼야 하며 일정한 기일을 정하여 그 날 지급돼야 한다. 이를 ‘직접불의 원칙’, ‘정기일불의 원칙’이라 부른다. 여기서 ‘통화로 지급된다’는 말은 임금을 백화점 상품권 등으로 지급할 수 없고, 오로지 ‘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고용주가 근로자가 지각했다고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건 위법이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물론 휴게시간은 말 그대로 근로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본교 주변의 약 24개 사업체 중 휴게시간에 대해 언급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