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막기자의 취재 뒷이야기
(이 글은 취재를 하다가 보도가 되지 않은 내용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되지만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인권과 프라이버시 문제로 모든 인물들은 이니셜처리를 하고 작성자의 판단 하에 글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원래 2편은 성남 환풍구 추락사고를 다루려고 했지만, 오늘은 다소 피곤해서 상대적으로 글을 옮기기 편한 매탄동 살인사건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새벽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은 그만큼 긴박함을 뜻한다. 특히 전화한 상대가 경찰이면 더더욱.
“매탄동, 하늘위브채. 당장 가봐.”
잠이 확 달아난다.
올해 5월 27일 오후 9시38분, 수원시 매탄동 한 아파트에서 K(29)씨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했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K씨의 아버지였다.
살인이 흔한 편은 아니지만 이번 시신은 살인현장에서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엽기’적이었다.
보통 살인은 대부분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체는 결정적인 사망원인 되는 흉기자국 몇 개나, 목이 졸린 자국 등 일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사체를 훼손하기 위해 토막을 친다거나 아니면 극도로 원한이 쌓여서 시신을 심하게 난도질하는 경우. 이번 사건은 후자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시신은 목과 몸통 전체에 40차례나 흉기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건현장에는 흉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더 특이한 것은 시신의 형태였다. K씨는 나체의 상태로 침대에 코트 허리띠로 팔 다리가 십자가 형태로 묶인채 였다.
즉, 용의자는 K씨를 결박해놓고 40차례나 찌른 것이다. K씨의 저항흔적은 없었다. 한마디로 온 몸이 묶일 때 까지 어떤 움직임조차 없었던 것이다.
보통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은 CCTV부터 확인한다. 최근 CCTV와 차량 블랙박스가 많아지면서 범인 검거율이 높아졌다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CCTV에는 한 여성이 포착됐다. CCTV의 여성, 정모(21 여)씨는 이날 오후 2시 43분께 K씨의 집에 들어가서 K씨의 사망시각 이후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살해동기는 미궁으로 빠졌다.
정씨는 이날 오후 11시, K씨 집과 500m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에서 투신했다. 유서 등을 남기지 않아 범행동기는 영영 밝혀지지 않았다.
그나마 밝혀진 단서는 K씨와 정씨가 6개월 전부터 사귀는 사이었다는 점, 둘이 사귀는 사실은 부모도 몰랐다는 점. K씨는 일종의 히끼(히키코모리)로 사회생활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 용의자 정씨는 우울증을 평소에 앓았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 후 발견되지 않은 흉기는 K씨 집에 있던 가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가 범행도구로 가위를 사용한 후 깨끗이 씻었지만 혈흔이 검출됐다.
글을 빌어 추정하건데 정씨가 K씨와 성관계 도중 저항을 받지 않고 묶고 난 후 돌변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언론보도는 톤을 조절해 살해방법 등을 보도하지 않았다. 잔인한 살해수법은 공익적이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경찰은 속칭 매탄동 40방 살인사건의 범행동기를 밝히지 못한 채 종결했다.
Written by, 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