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고연전(정기전)’은 한 번의 경기로 승패가 갈리는 단판승부다. 단판승부에선 당일 컨디션, 심리 상태 등 경기 외적인 변수가 작용한다. 특히 자신의 상태는 물론 후배들의 사기 진작에도 신경 써야 하는 고참 선수에게 정기전 기간은 매우 예민한 시간이다. 정기전을 두 번 이상 경험한 3,4학년 선수들은 정기전 전날과 당일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들어봤다.
선수들은 경기 전 몸상태를 가볍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땀을 내 몸을 덥힌다. 경기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준비 운동과 훈련 동작으로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완화한다. 축구부 노동건(사범대 체교10, GK) 주장은 “경기 전날에 양팔에 15kg 역기를 들고 20개씩 3세트 정도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체온을 낮추는 선수도 있다. 운동 전 찬물샤워로 기분을 맑게 하는 것이다. 야구부 문상철(사회체육10, 유격수) 선수는 “경기장 나가기 전에 3분 정도 찬물을 쐰다”며 “청소년대표팀 동료의 추천으로 찬물샤워를 했더니 운동장에서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어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기전에서 긴장하지 않기 위한 자기만의 심리 조절법도 다양하다. 경기 전날엔 연세대와의 비정기전을 복기하고 정기전 장면을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선수가 많다. 축구부 이재성(사범대 체교11, AMF) 선수는 “정기전 전날 녹지운동장에 나가 잠실주경기장에서의 플레이를 상상한다”며 “3백, 5백 전술을 쓰는 연세대 수비를 어떻게 뚫을지, 문전 앞에서 찬스가 났을 때 볼 처리를 어떻게 할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축구부 안진범(사범대 체교11, AMF) 선수 역시 “전날 자기 전에 연세대 특정 선수보단 수비 전체를 어떻게 뚫을지를 생각해본다”며 “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나 사비의 동영상을 즐겨보면서 플레이를 구상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기전 당일엔 종교에 의지해 기도를 하는 선수도 있다. 당일 새벽은 물론 경기 중에도 기도를 한다. 문상철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시합 전엔 교회에 가서 새벽예배를 드렸다”며 “정기전 때 여건이 안 돼 교회를 못간다 해도 기도는 반드시 한다”고 말했다. 럭비부 정효진(사회체육10, Hooker) 선수는 “정기전 시합 중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하나님께 승리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며 “럭비 경기 중엔 심한 도발이 일어나지만 기도할 땐 상대방이 도발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동부는 정기전 이동 중 해당 종목 운동부만의 응원가를 크게 틀어놓고 정기전 분위기를 연출해 결의를 다진다. 5개 운동부는 평소 훈련 때도 응원가를 켜고 적응훈련을 하는데 익숙하지만 당일 버스 안에서 외치는 파이팅은 특별하다. 아이스하키부 조석준(사범대 체교11, LD) 부주장은 “아이스하키부는 정기전 전날 밤에 핸드폰을 수거해 목동링크장으로 가는 길에 정기전 경기 생각에만 집중한다”며 “서로 예민한 상태라 이동 중에 대화를 많이 하진 않지만 버스에서 응원가가 크게 울리면 팀원 모두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장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hot@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1호(9월23일자)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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