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고연전(정기전)’은 4학년 선수에게 도약의 기회이자 대학생활의 마침표를 의미한다. 특히 야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은 하반기에 신인 지명식을 진행해 선수 입장에선 프로구단 관계자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이다. 프로구단 관계자와 5개 운동부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기전과 신인선수선발의 상관관계를 짚어봤다.
아이스하키는 정기전 성적이 프로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 아이스하키부를 운영하는 대학이 적어 정기전만큼 큰 대학부 대회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이원 프로 아이스하키단 스카우트팀 박병철 매니저는 “정기전 때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선수는 영입 검토 대상이 된다”며 “국내 아이스하키는 선발 가능한 선수의 풀(Pool)이 좁아 항상 대학팀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부 이승준 골리 코치는 “정기전 때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는 정신적, 기술적으로 완성된 선수”라며 “이런 선수들은 프로에 선발돼 성공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럭비도 아이스하키와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에 프로팀이 없는 럭비계에서 고려대와 연세대는 최고수준의 실업팀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비해서도 전력이 크게 약하지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럭비에서는 정기전은 물론 비정기전도 실업팀의 선수 선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포스코 럭비단 강인정 코치는 “국내 럭비계는 고려대와 연세대 위주로 구축돼 있어 비정기전도 지속해서 점검한다”며 “정기전의 경우 최대 80% 정도까지 선수 선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강인정 코치는 “정기전에서 선수들이 스카우트에게 보여줘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정신력”이라며 “부담이 큰 경기에 강한 선수들은 졸업 후에도 좋은 기량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농구와 야구, 축구는 상대적으로 정기전이 신인선수선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프로리그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종목의 프로팀 관계자의 경우 우수한 선수가 지방대학에도 포진해 있어 정기전보단 리그경기에 주목하는 것이 스카우트에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특히 신인선수드래프트가 정기전 경기 이전인 8월에 열리는 프로야구의 경우가 스카우트가 정기전에서 4학년의 기량을 점검하는 경우는 드물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스카우트팀 김장백 스카우트는 “정기전은 1, 2, 3학년의 선수의 역량을 판단하기에 적합한 경기”라면서 “정기전의 경기내용은 다음 해 스카우트할 선수를 선정하는 것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부 프로 관계자는 정기전에서의 단기적인 활약보다는 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한정국 국장은 “일반적으로 스카우트는 많은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의 경기력을 꾸준히 살펴 선수의 역량을 판단한다”며 “정기전에서의 반짝 활약이 무조건 스카우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기전은 5개 운동부 4학년 선수들에게는 대학생활의 전부나 다름없다. 학교를 위해 뛰고, 훈련하고, 승리했던 그들은 정기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2014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KT 위즈에 우선지명된 야구부 문상철(사회체육10, 유격수) 선수는 “3년간의 정기전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며 “대학시절의 좋은 마무리를 위해, 학교를 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윤, 장동민 기자 news@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1호(9월23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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