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로 국내 안팎이 떠들썩하다. 10일 부경대 대연캠퍼스 대회의실에선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우리 수산물 안전한가’라는 대 주제를 바탕으로 수산물 안전성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약 600명의 청중이 참석했으며 다양한 의견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1부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영향 △한국근해 해수중 방사성 물질 모니터링 현황 및 강화계획 △일본산 등 수입식품 안전관리 △우리나라 주변 해양과 분포 어종의 특성 등 네 가지 주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용재 실장과 박원규(부경대 해양생물학과) 교수의 발표가 진행됐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발표에 앞서 “수산물은 인류의 기원과 함께한 고유 식품이라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수산물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의 말을 전했다.
수산물에 오염수 영향 거의 없어
심포지엄에선해수 흐름의 특징 상 국내 해양 환경은 방사능에 안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용재 실장은 “2013년 4월 7일 일본이 원전 오염수 추가 유출을 공식 인정한 이후 5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해양 환경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쿠로시오 해류와 오야시오 해류가 만나 오염수가 동쪽 방향인 태평양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상 박사는 “해양에도 육지의 강처럼 자신만의 경계를 갖고 흐르는 해류가 있다”며 “한국은 일본보다 상류에 위치해 있어 바닷물이 역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5년 후 해수의 흐름에 따라 태평양을 통해 오염된 해수가 국내로 다시 유입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왔다. 국내 해역의 특성 상 오염된 해수가 북태평양 해류에 의해 미국 쪽으로 흘러가도 다시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에 서 박사는 “쿠로시오 해류와 오야시오 해류가 후쿠시마 지역에서 종종 만나 역동적으로 섞이기 때문에 5년 후 돌아올 해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해류가 섞이는 동시에 방사선도 함께 섞여 오염수가 희석된다는 설명이다.
해수의 흐름으로 시간이 지나면 방사능은 희석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열흘 뒤인 2011년 3월 22일 발전소와 30km 떨어진 해역으로부터 남북 10km 간격으로 조사해 검출된 방사능의 양은 11~21Bq/L로 일본 원자로규칙고시 수중 허용농도 90Bq/L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한 달 뒤 동일한 조건에서 조사한 결과 검출된 방사능의 양 또한 0.002Bq/L 이하로 매우 낮았다. 김 실장은 2년 동안의 방사능 추이가 기록된 동영상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며 “현재 태평양 해수에 포함된 방사능 수치 또한 이와 비슷하다”며 “해수의 흐름으로 방사능이 희석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용재 실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처음 발생한 2011년 이후 해양확산 시뮬레이션과 태평양 및 국내 해역의 해수중 방사능 분석 실시결과, 현재까지 오염수의 국내 유입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추가 유출이 국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실장은 “국내 해양 환경에서 방사능 수치 370Bq/kg로 오염됐다고 판단되는 물고기를 1년 동안 매일 하나씩 먹어도 일반인 방사능 허용 기준치의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내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수입산 수산물 방사능 안전기준은 100Bq/kg 이하로 해양수산부가 6일 본래 370Bq/kg 이하였던 안전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김 실장은 “현재 우리 수산물에 담긴 방사능은 자연에 잔존하는 미량 수준으로 걱정 말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생물농축현상 우려할 필요 없어
전문가들은 방사능 유출로 해수가 오염됐을 때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농축현상에 가장 많은 우려를 표했다. 생물농축현상이란 유기오염물을 비롯한 중금속 등이 물이나 먹이를 통해 생물체내로 유입된 후 분해되지 않고 잔류되는 것으로 유해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전달돼 생물체내의 축적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 현상이다. 방사능의 특성 상 물고기 내부에서 소화되지 않고 생물농축현상에 의해 체내에 방사능이 축척된 어류를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 박원규(부경대 해양생물학과) 교수는 “물고기 체내에 방사능이 축적되면 2~3개월 이내로 독성과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죽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며 “생물농축현상은 방사능 해중 농도를 급감시키는 동시에 오히려 체내에 방사능이 축적된 어류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해양어류의 특성인 ‘회유’ 또한 우려되는 현상 중 하나다. ‘회유’란 생물이 한 서식지에서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행위로, 만약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어류가 국내 쪽으로 회유를 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김진구(부경대 자연생물학과) 교수는 “국내 인근 어류들은 대부분 동해 주변에서 짧은 회유를 하거나 특정 장소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회유를 길게 하는 꽁치도 제주도와 대마도를 왕래하는 정도고 고등어 등 여타 국내산 수산물은 산란장과 서식지가 명확히 구분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수입식품 안전관리
6일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현 등 8개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대량 유출로 수입 수산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져 정부가 수입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임남철 과장은 정부가 국내 수입산 수산물 방사능 안전기준을 370Bq/kg 이하에서 100Bq/kg 이하로 강화한 것에 대해 “이는 국제 기준 1000Bq/kg, 미국 기준 1200Bq/kg, 중국 기준 800Bq/kg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3년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은 68.1% 감소했다. 현재 전체 수입 수산물 대비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비율은 2.5%로 극히 일부이며 이 또한 수입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방사능 검사 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검사를 통과한 제품이다.
식약처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시점부터 2013년 8월 29일 까지 약 1만,1000건의 일본산 수산물을 검사한 결과 검사 건수 모두 방사능 기준 100Bq/kg 이하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임 과장은 “식약처에선 세계최고 수준으로 수입수산물 안전관리를 하고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청중에게 “국내 식품 안전 체계를 신뢰해 달라”고 부탁했다.
장영수 심포지엄 좌장은 “지금까지 확보된 자료를 기준으로 미래 수산물 안정성을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조치는 적절한 대응이며 정부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태평양 중심 수산물 수입 관리 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정기 점검과 모니터링 강화해
서영상 박사는 “2005년부터 동해안의 방사능 물질과 퇴적물을 모니터링 해오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방사능 안전점검에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그동안 1 년에 4 번 해류 점검을 실시하지만 최근 한 달에 2번 해류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서 박사는 “혹시 모를 해수 역류에 대비하기 위해 달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점검 한 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모니터링 강화계획을 밝혔다.
☞ Bq
방사능 단위인 베크렐(Becquerel)의 약호로 Bq/L은 1L 당 방사능 수치를, Bq/kg는 1kg 당 방사능 수치를 뜻한다.
글| 이소연 기자 lsy@kukey.com
사진| 김연광 기자 kyk@kukey.com
일러스트| 최다희 전문기자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1호(9월23일자) 18면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9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