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취소로 논란이 일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강연이 9일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이과대 학생회(회장=이샛별)와 정경대 학생회(회장=김경진)가 주최한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교직원 150여명이 참석했다. 표 전 교수의 ‘국정원 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 강연회는 애당초 4.18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학교 측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다. 표 전 교수는 “결국 야외에서 강연하게 됐으나 이런 과정이 서글프고 답답하다”며 “대학은 사상과 표현, 그리고 논의의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대학이 사회와 정치에 이끌려 경직돼있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본교의 교훈인 자유·정의·진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고려대 측에서 학생들을 정말 아끼려고 했다면 편향된 사람들의 의견도 듣게 해야 한다”며 “학교가 학생들이 여러 의견을 듣고 스스로 비판할 기회를 줄 때, 학생들은 비로소 정치적 사고의 자유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사건 관련해 “1950년 대 미국 매카시즘처럼 독재의 방법으로 자유를 지켰기에 문제가 생겼다”며 “자유를 정말 지키고 싶다면 자유의 방법으로 자유를 수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와 관련해서 표 전 교수는 ‘인간이 정의로움을 경험할 때와 기쁘거나 만족감을 느낄 때 대뇌에서 활성화 되는 부위와 같다’는 UCLA 과학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표 전 교수는 “인간은 결국 정의롭게 만들어진 존재”라고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표 전 교수는 모든 사실을 의문 없이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실을 그냥 믿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끊임없는 합리적 의심과 논의를 통해서 진리를 추구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과대 학생회, 정경대 학생회는 민주광장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강의실 강연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각 학생회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사안이라 강연을 연 것뿐인데 오히려 학교 측에서 이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었다”며 학교측을 비판했다.
글‧사진| 이지민 기자 mint@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1호(9월23일자)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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