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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주말마다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에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사진ㅣ조현제 기자 aleph@

“불법체류자가 건물에서 뛰어내렸답니다.”

“바로 확인하고 잡아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흉기를 이용해 단속에 저항하는 등, 안전과 인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고용주의 동의가 없으면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고 이동 횟수도 제한된다. 4년 10개월이 지나면 언제든 예고 없이 체포되어 본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이유로 ‘범법자’가 되는 것일까. 두 명의 이주노동자와 한 미등록 이주아동을 만나 한국을 떠나지 못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의료보험 적용 안 돼 1000만 원 빚져

베트남에서 온 쯔이홍(가명, 남·33) 씨는 6년 전 같은 마을에 살던 친구들과 함께 한국 취업비자를 신청해 한국에 들어왔다. 4년 10개월이 지나서 비자가 만료됐지만 아직은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베트남에서 부양해야 할 가족이 5명인데, 아직은 돈을 충분히 벌지 못했다. “부모님과 자녀 셋, 이렇게 5명의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베트남에서 받은 월급이 너무 적어서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월급 차이가 5배 정도 나서 한국, 대만, 일본에 와서 돈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어느 날 쯔이홍 씨가 일하는 공장에 예고 없이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해달라는 근처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던 것이다. 놀란 쯔이홍 씨는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렸다. 이 사고로 뇌졸중을 진단받았고 허리와 발목의 뼈가 모두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미등록 신분 때문에 의료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그는 10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짊어지게 됐다. “다행히 베트남에서 함께 온 친구들이 조금씩 도와줬고 봉제공장 사장님이 병원비를 빌려주셨어요. 앞으로 같은 공장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지만, 한 달에 80만 원씩 사장님께 병원비를 갚아나가야 해요. 월세가 20만 원인 지하실에 살면서 버티고 있어요. 지금은 베트남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요.”

그는 사업장에서 하루 12시간 씩 20kg 정도의 원단을 지하에서 위층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힘들지만 일요일이면 그는 빠지지 않고 지역의 외국인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한국어수업에 참여한다.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배려해서 천천히 말하시지만 한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데 한국어는 정말 중요해요. 더 잘해서 앞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데 도움 받고 싶어요.”

신분증 없는 이주아동은 지원도 어려워

한국에서 태어난 폴(남·9)은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부모님과 남동생 2명과 함께 살고 있다. 체류기간이 지난 그의 부모는 미등록 신분이 됐다. 폴과 두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비자나 외국인등록증이 없이 지내왔다. 2012년도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폴을 가르치는 성북동의 한 지역아동센터 교사는 “폴과 같은 미등록 이주아동은 의료보험이나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적 지원에서 제외된다”며 “민간 차원에서도 신분이 증명되지 않으면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원에 필요한 예산을 공식적으로 정산하기 어려워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폴과 동생들은 비자가 없지만 다행히도 한국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교장이 재량적으로 이주아동의 입학을 거부할 수 있는데다가, 이주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한국어 교육도 이뤄지지 않는다. “집 바로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거기서는 저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버스를 타고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성북동의 초등학교에 다녀요.” 한국에서 태어난 폴은 한국어가 익숙하기는 하지만, 또래 친구들만큼 수업을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저 같은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도움을 따로 주지는 않아요. 가장 어려운 건 국어수업이에요. 절반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필리핀에서 온 폴의 부모는 한국어를 잘 못할 뿐 아니라, 학교 외의 다른 교육을 제공할 형편도 아니다.

폴은 부모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단속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었다. 폴의 삼촌은 어느 날 밤 갑자기 들이닥친 단속반에 의해 필리핀으로 강제 송환됐다. 폴은 이주아동들이 의무교육 기간 동안만 단속과 강제추방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저 고등학생 되면 경찰한테 잡혀서 감옥 가는 거예요?” 순진한 표정으로 웃으며 묻는 아이에게 선뜻 답을 주기 어려웠다. “삼촌처럼 아빠도 잡혀갈까봐 걱정돼요.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한국의 눈 내리는 겨울이 가장 그리울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 차별 반대에 나서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다야 라이(남·47) 씨는 과거 금속기계 공장에서 일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직접 겪었다. 금속공장의 사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인 노동자보다 더 적은 임금을 주면서 더 힘든 일을 시켰다. 라이 씨는 4개월 동안 의 임금을 못 받은 적도 있었다. “그때는 노동부에 진정하는 방법도 몰랐어요. 미등록 상태와 상관없이 노동과 관련한 권리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존재하는 법은 사업장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려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라이 위원장은 합법적 체류기간이 만료됐지만 네팔에서 온 동료들과 뜻을 모아 준비를 시작했다. 2015년 6월 이주노조 합법 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같은 이주노동자들마저도 불법인 것을 왜 하냐고 하면서 반대했어요. 간부나 조합원들은 강제추방 당하기도 했어요.”

라이 씨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봤다. “사업장 변경이 자유가 없는 것에서 모든 인권과 노동권 문제들이 비롯돼요. 임금체불, 차별,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사업주에게 모든 권한이 부여돼있기 때문이죠.” 사업장 이동은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취약한 여성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성희롱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피해자는 즉시 사업장을 이동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제도에서는 힘들죠.”

이주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올 때까지 라이 위원장은 네팔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아직은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네팔에 있는 가족을 못보더라도, 고용허가제가 바뀔 때까지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할 각오가 됐어요.”

 

이요세피나 기자  kur@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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