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세종캠퍼스에서 기숙형 대학(RC)를 시행하면서 학생 사이에서 R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의 대학들도 점점 RC 도입을 밝히는 추세다.
RC는 하버드 등 해외 대학에서 그 시초를 찾아볼 수 있다. 교수와 학생이 상주하며 학습 공동체를 이뤘던 해외의 RC는 ‘하우스’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통해 학생에게 소속감을 제공했다. 조앤 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은 하우스로 운영되는 해외RC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국내에서는 하우스를 기반으로 정착되거나 학교의 교육이념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로 도입됐다. 세종캠퍼스는 하우스가 없는 상태에서 관심 분야별 프로그램으로 시범 운영된다.
▲ 한동대학교 RC 생활관에서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 | 한동대 RC지원팀 |
테마 살린 대학별 컬리지 문화
국내 대학가에서는 기존의 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여학생 75%, 남학생 68%(2014년 통계청 기준)를 넘어섰지만, 취업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부산외대 변수연 교육평가혁신센터장은 “낮아지는 취업률 속에서 대학은 정규과정이 진행되는 강의실이 아닌, 기숙사로 눈을 돌려 비교과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교 사이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경희대는 ‘후마니타스 칼리지’, 동국대는 ‘파라미타칼리지’ 같은 교양대학을 설립했다. RC는 이러한 교양대학의 인성교육 방안으로 함께 도입됐다.
2008년부터 RC를 도입한 연세대 국제캠에선 현재 12개 테마를 가진 컬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언더우드, 한결, 윤동주 등 명칭을 갖는 12개의 컬리지는 교육목적별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13년 전면 RC 도입화를 선언한 한동대도 비슷한 형태로 구성된다. 6개의 하우스로 운영되는 한동대의 RC에선 채플장을 빌려 공연을 열거나, 교수와 사모를 초대해 브런치를 갖는 식의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한동대 카이퍼RC 대표 김경호(한동대 국제지역학12) 씨는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하기 때문에 학생 간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성원 간 반대의견 부딪히기도
RC를 시행하는 대학교의 구성원들이 처음부터 RC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2013년 9월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RC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어선 55.5%로 조사된 바 있다. 한동대도 마찬가지였다. 한동대 김종문 RC지원팀 계장은 “RC 전면화를 선언하며 새로운 시설을 신축할 때 반대하는 구성원도 있었다”며 “RC란 결국 학생들을 위한 제도이기에 꾸준히 설득 시켰고, RC 적용 후 2년 정도 지나 설문조사와 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만족도와 소속감이 높아졌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본교와 비슷한 형태의 RC를 진행하는 서울여대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김수영(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원) 조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간엔 저녁 시간을 활용하지 못해 불만을 표했다”고 말했다.
효과적 RC 위해 주변 환경 조성돼야
전문가들은 세종캠 RC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 △캠퍼스 주변 환경 고려 △공동 친화적 교육시설 마련 △고위 관계자의 지속적 관심을 강조했다. 교육과정학을 전공한 홍후조(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세종캠퍼스 주변에는 이미 자취 생태계가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학교는 어떤 환경이 RC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고, 왜 세종캠퍼스가 RC를 해야 하는지 계속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C운영에 적합한 교육시설 조성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부산외대 변수연 센터장은 “RC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학생 간 상호작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학생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는 24시 카페나 LOUNGE 같은 공동 친화적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고위 관계자의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여대 김수영 조교수는 “학생들의 참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고위 관계자의 지속적인 관심”이라며 “학교 차원의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재석 기자 here@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