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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 명령으로 동원돼 모욕과 폭력 무작정 견뎌
집회 관리 전문인력 양성으로 시위자와 의경 인권 지켜야
 

“무표정으로 눈도 마주치지 말고, 시위자 자극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웃음기 하나 없이, 제자리에서 혹은 전·후방을 번갈아가며 서 있는 의무경찰. 이들은 병역의무로서 전환 복무 중인 청년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집회‧시위 횟수는 1만 1311건이다. 하루 30건 꼴로 집회‧시위가 열린 것이다. 그 자리에는 집회‧시위자와 함께 의무경찰이 자리했다. 집회 현장을 피부로 느끼고 수많은 집회‧시위를 마주하는 의무경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집회 현장에 있어야만했던 그들의 속에 있는 애환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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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1월 14일, 의경이 민중총궐기 시위대의 거리 진출을 막기 위해 종각역 부근 도로에 도열해 있다.

시키는 대로 반대편에 서 있을 뿐

작년 6월까지 서울에서 복무한 A(남·24) 씨는 현장에서 “정부의 개냐”며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다. 의무경찰이 정부의 편을 드는 것, 정치색을 띠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오해다. “대부분 의경은 정치적인 신념 때문이 아니라, 자기계발 시간 확보 등의 이유로 의무경찰 복무에 지원해요. 군대는 어차피 가야 하는 것이니 나름의 효율성을 따지는 거죠.”

현재 의경으로 복무 중인 B(남·23) 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투입된 집회 관리 현장에서, 입에 담기조차 힘든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그냥 참고 견뎌야 한다고 했다. “저희 같은 의무경찰이나 기동경찰직원들은 상부의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욕을 그냥 흘려듣고는 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죠.” 상부의 명령에 뚜렷한 기준이 없어 매번 다른 지시를 받는 것도 힘든 요소다. “1차 민중총궐기 때 대통령이 불법폭력시위는 엄정 조치하겠다고 얘기하니 과잉진압 비판이 나올 정도로 경찰력을 동원하고, 2차 민중총궐기 땐 과잉진압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으니 마찰을 최소화하려고 했어요. 외부적인 요소에 따라 관리 방법이 수시로 바뀌니 현장에 나가는 저희는 당황스럽죠.”

신체적인 폭력에 노출돼 다치기도 했다. 충남에서 작년 12월까지 복무한 C(남·24) 씨는 어느 날 외출을 나갈 준비를 하다 한 노조가 벌인 집회 관리에 참여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 어떤 시위였는지도 모르고 현장에 서있던 그에게 무언가가 다가왔다. ‘슈욱, 퍽’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돌이 날아오고, 쇠파이프가 날아왔어요. 준비가 안 된 무방비 상태에서 많이들 다쳤죠. 바로 헬멧 쓰고, 위에서 막으라면 막으려 움직였죠. 당황해서 오히려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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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대의 광화문 광장 진출을 막기 위해 서 있는 의경이 시위대와 직접 마주하고 있다.

병역 자원 감소로 폐지 논의도

청년이 병역 의무로 집회를 관리해온지는 40년이 넘었다. 1971년 9월, 현역입대 자원 중에서 일부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투경찰순경으로 차출됐다. 대간첩 작전이 임무였던 이들은 집회·시위 관리에도 나섰다. 1983년부터는 별도로 치안보조 인력인 의무전투경찰을 모집했다. 2012년 1월부터는 작전전투경찰 차출이 중단되고 의무경찰로 일원화돼 현재는 의무경찰이 대간첩 작전과 치안업무 보조 임무를 맡고 있다.

의무경찰로 복무하길 원하는 청년의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작년 11월 경찰청이 “의무경찰의 인기가 높아지며 경쟁률이 20대 1을 넘고, 의경고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복무가 어려워졌다”고 보도자료를 냈을 정도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의무경찰 경쟁률은 26.7:1이였다.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지만, 의무경찰 제도는 정작 축소와 폐지를 앞두고 있다. 작전전투경찰 차출 중단 이유와 동일하게 인구수 감소로 병역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 관계자는 “2020년 초반부터 병역자원 부족이 예상되고 의경 제도가 포함된 전환·대체복무에 인력을 지원하는 것 또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전환·대체복무의 축소와 폐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권 위한 제도 개선 시급해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의무경찰 제도에서 집회 관리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회 관리 부분에서 전문성이 떨어짐은 물론, 의경과 시위자 모두 인권의 침해를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균(백석대 법행정경찰학부) 교수는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서 집회 관리를 의무 경찰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무 경찰은 치안 보조 인력으로서 민생치안과 관련된 임무를 맡기고 평화적 집회를 유도하고 관리할 전문 경찰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전환복무 대상자인 의경의 임무와 역할이 법령으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탓에 집회·시위 현장에 동원되면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의경의 임무를 정하고 있는 ‘전투경찰대 설치법’에는 의경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고 그 시행령에도 ‘치안업무의 보조를 임무로 한다’는 규정만 있다”며 “이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의경을 집회에 동원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임 소장은 현 의경이 시위의 최전선에 서는 것도 의무소방과 비교해볼 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경은 보조의 역할로 후방에 서서 임무를 다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해당 법률과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 4일을 기준으로는 22명의 헌법소원 1차 변호인단이 꾸려졌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현재는 의무경찰 신분으로 집회에 동원된 날로부터 90일이 경과하지 않은 헌법소원인단, 헌법소원 변호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steel@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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