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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도박이 제자들 옭아매 민간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
포털사이트 규제 발전했지만 SNS 확산으로 처벌 한계도

이 기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불법 스포츠도박 감시 민간인 모니터링단’ 취재 내용과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하는 신석균(동부기술교육원 네트워크운영관리과) 교수의 인터뷰를 토대로 모니터링 요원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언젠가 제자가 날 찾아왔었다. “교수님, 제가 일하는 곳이 불법 도박 사이트인 것 같아요.”

나는 현재 서버나 네트워크, 홈페이지 관리 등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다. 취업할 나이가 된 제자를 위해 추천서를 써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담을 요청해 온 것이었다.

처음으로 불법 도박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 살펴보니, 제자 중에는 서버를 관리했던 졸업생도 있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이트를 운영했던 졸업생도 있었다. 인터넷 불법 도박은 일단 서버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서버 관리자, 베팅 프로그램 운영자, 고객 관리자 등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것들을 제작하는 기술적인 엔지니어가 필요한 만큼 이 분야의 학생들에게 구인 요청이 많이 들어왔던 것이다. 이 분야가 보수가 좋기도 했다. 2013년도만 하더라도 첫 월급을 300만 원 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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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가 강화됐지만 포털 블로그를 이용한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 | 네이버 블로그 캡처

어느 날은 수업을 들어가기 전 학생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야, 나 어제 10만 원 땄잖아. 대박이야” 많은 학생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접속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했었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들은 나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감시 모니터링단’에 신청하게끔 했다. 모니터링단에 선정된 후, 나는 포털사이트, 블로그, 전단 등에 적힌 홍보 글을 캡처해서 자료를 만들었다. 자료를 전달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사이트로 판단될 경우, 심사의뢰를 통해 제재를 가하거나 수사를 요청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인터넷 불법 도박 현장을 많이 접했다. 불법 도박은 억 단위의 액수가 너무 쉽게 넘어가고, 넘어왔다. 스포츠를 좀 더 재밌게 즐겨보고자 만들었던 스포츠 토토의 색깔은 이미 없어진 곳이었다. ‘스포츠’가 아닌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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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모니터링단은 지속적인 활동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단속을 돕고 있다. 그래픽 | 김범석 기자 conan@

4년간 모니터링 요원에 있으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은 포털사이트에서 홍보 글은 일반인들에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모니터링단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 11만 6000여 건을 모니터링했고, 그중 9만 4000여 건의 광고 글을 삭제 조치했다. 처음에 생각했었다. ‘일반인이라도 쉽게 홍보물을 접해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게 하자.’ 어느 정도 목적은 이룬 것 같았다.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박의 문제는 광범위해지고 있다. 최근 사이트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SNS는 외국계 회사여서 제재 대상이 아니다. 우린 방송통신위원회의 영향력 안에 있는 범위에서만 규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트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앱을 통해 베팅을 시도하기도 한다. 웹에서 앱으로 흐름이 이동하는 지금, 규제 규정이 제한적이라 ‘운영자’보다는 ‘사용자’를 처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Monitor’는 ‘살피다, 점검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용자들도 조금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건전한 환경에서 베팅을 즐길 수 있다. 모두 스스로 자신의 모니터링 요원이 됐으면 한다. 불법도박은 놀이도, 대안도 아니다.

김태언 기자  bigword@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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