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
아세아문제연구소 HK 연구교수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외국인고용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취업한 외국인은 93만 8천명에 이른다. 이는 2014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것이며, 국내 전체 취업자 중 3.6%의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인 취업의 증가는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누구이며, 이들의 증가가 다양하고 개방적인 한국사회의 미래상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외국인 취업자의 출신국적을 보면, 91.4%가 아시아 국가 출신이며 특히 한국계 중국인이 절반에 가까운 46.6%(43만 7천 명)을 차지한다. 그 외 베트남(8.1%), 중국(한국계 제외, 6.0%), 인도네시아(4.1%) 출신이 많은 편이다. 이처럼 외국인 취업자의 다수가 기실 외국국적 ‘동포’라는 현실은 한국정부의 정책과 연관되어 있다. 서구 이민국가와는 달리 한국은 외국인 취업자의 정착이나 귀화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내 연고가 있는 동포들이 제도적‧문화적으로 더 많은 취업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46.3%(43만 4천명)로 가장 많고,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19.2%), 도소매 숙박‧음식업(19.0%), 건설업(9.2%)의 순이다. 체류자격별로 보면 전문 인력은 5%에 불과한 반면 비전문취업(28.1%), 방문취업(25.0%)이 많다. 임금수준도 낮은 편이어서 외국인 취업자의 58%가 월 200만원 미만을 받고 있으며, 또한 50.6%는 주당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외국인 인력과 관련된 한국의 정책을 보면, 고액 투자자와 고학력 전문인력은 적극 유치하고 영주권 등 혜택을 주는 반면, 저숙련 인력에 대해서는 가족동반을 불허하고 일정 기간 후 본국으로 귀환하도록 하는 고용허가제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중장기적 전망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전문인력의 경우 2014년에 비해 2015년에는 오히려 1천명이 줄어들어 유치 정책의 실효성이 낮으며,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 대우, 폭력적 미등록자 단속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 등이 거듭 지적돼 왔다.
단일민족 문화를 당연시해 온 한국사회에서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특히 고용기회나 정책 지원에서 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만큼 내국인의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 있다. 이처럼 단순화된 흑백논리는 그러나 실제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취업하여 가족부양을 위한 임금을 받지만, 또한 이들은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한국 경제에 기여하며 세금을 내는 납세자이기도 하다. 국적이 다르더라도 실제 지역에서 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주민이라는 점에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굳이 캐나다, 호주 등 다문화 정책을 일찍이 표방했던 이민국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과 제도가 유사한 독일과 일본에서도 영주권자 혹은 일정기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을 주민(시민)으로 대우하며 아동수당, 보육지원, 기초생활보장 등의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사례들이 많다.
지구화 시대의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단지 일방적 통제의 대상이 아니며 이주민과 호스트 사회(한국)의 상생과 공존이라는 상호적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외국인 전문인력을 늘리고자 한다면 유학생을 유치하여 한국사회의 국제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으로 양성하는 장기적 방안과 결합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한데, 우선 서울 구로구나 경기도 안산, 시흥 등 외국인 노동자 집중 거주지역에서 이들의 지역사회 참여, 주민과의 교류 및 공존을 증진하는 방안들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를 합리적으로 대우하는 만큼 해외에서 한국인의 경제활동 기회도 확대된다는 상호적 관점에 입각하여, 국제적 인권 및 다문화 공존의 규범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려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요세피나 기자 k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