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릿츠> 사진전시회
▲ 사진 | 강수환 기자 |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인물에 존재감을 부여한 사진을 사랑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랑한 사진작가, 허브 릿츠(Herb Ritts, 1952-2002)의 사진전이 국내 최초로 열리고 있다.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 릿츠’ 전시는 ‘할리우드’, ‘패션’, ‘누드’ 섹션으로 구성되며 허브 릿츠가 찍은 사진 100여 점과 뮤직비디오, 잡지 등을 선보인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 2월 5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다.
▲ Madonna( 앨범 재킷 사진) 1986 |
사진으로 할리우드 스타를 만들다
1976년 사진 찍기를 시작한 허브 릿츠는 1978년 당시 신인배우였던 친구 리차드 기어와의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사막의 한 주유소에서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리차드 기어의 남성미 넘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 사진은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 등 당대 최고 잡지들에 실린다. 이때 허브 릿츠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허브 릿츠는 사진가로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매트콜린스와 화보를 찍고 영화배우 잭 니콜슨, 영국의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등을 촬영하고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뮤직비디오를 찍는 등 패션, 음악과 영상 등에서 두각을 보였다.
허브 릿츠는 작업을 할 때 작품 주제 하나하나를 깊이 연구한 후 보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허브 릿츠는 인물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잘 포착해냈다. 마이클 조던에게선 영웅적인 농구선수의 모습을 뽑아냈다. 배경과의 극적인 대비를 이용한 허브 릿츠는 역광과 낮은 앵글로 조던의 옆모습과 긴 다리, 허리를 강조했다. 그는 웅장한 유리블록 앞에 세워진 조던에게서 영웅적이고 당당한 면모를 끌어냈다.
마돈나에게서는 그녀만의 관능적인 분위기를 찾아낸 허브 릿츠는 마돈나를 1980년대 세계 스타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1980년대 팝의 여왕 자리를 두고 마돈나는 신디로퍼와 치열한 라이벌전을 벌였다. 승패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당시 앨범 커버 사진에서 허브 릿츠는 기존의 마돈나가 내세웠던 ‘섹시미’가 아닌 음울한 백조와 같은 우아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1980년 당시 <보그> 1면은 마돈나로 장식됐고 그녀의 앨범은 신디 로퍼의 3배를 훌쩍 넘는 판매수익을 냈다. 마돈나는 1980년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팝의 여왕 자리를 차지했다.
성별과 인종, 외모의 선입견을 깨다
허브 릿츠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보다 남성에게 매력을 더 느꼈다. 가족에게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쉽사리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소수자들을 위한 예술적 투쟁을 했다. 허브 릿츠는 사진이 대중에게 사회의 정치적, 미학적 혹은 사회적 관점을 결정할 만큼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성배우인 미셸 페이퍼의 남장사진, 남성 두명의 누드를 찍은 ‘DUO’ 등의 사진은 허브 릿츠가 인종, 외모, 성별 등 대중들이 가진 선입견을 부수고자 했음을 말해준다. 그는 그래피티 예술가이자 동성애자였던 키스 해링과 함께 작품을 하고 동성애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다룬 데이비드 호크니를 자신의 작품으로 다루기도 했다.
흑인 모델 나오미 캠벨은 허브 릿츠가 발굴했다. 흑인 모델이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사람들은 나오미의 누드 사진을 반기지 않았다. 나오미 캠벨의 <손으로 받친 얼굴> 작품은 흑백대비가 너무 분명하단 이유로 패션 잡지 <보그>에서 거절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브 릿츠는 사진 톤을 변경해서 다시 밀어붙였고, 이후 나오미 캠벨은 흑인 여성 최초로 <타임>, <보그> 등의 표지를 장식했다. 피부색이나 성별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고자 한 허브 릿츠의 사진관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 Versace Dress Back View(베르사체) 1990 |
상업에 예술을 끌어오다
사진가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췄던 허브 릿츠는 1980년대 상업을 예술화시킨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패션에서는 <보그>, <타임지>, <롤링스톤> 등과 같은 유명 잡지 커버에 그가 찍은 작품 상당수가 실렸다.
그는 크리스티 털링턴, 나오미 캠벨 등과 같은 당대 유명한 슈퍼모델들과 패션 작업을 함께 했고, 그들 각각의 개성과 자연스러움을 사진 속에 담아내려 했다. 사진에 자연스러운 모습이 있어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허브 릿츠는 인공조명을 최대한 배제하고 햇빛과 모래, 물 등 자연 소재를 패션과 결합해 작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허브 릿츠는 여러 패션 브랜드를 ‘명품’으로 승격시켰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입던 검은 터틀넥의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캘빈클라인(Calvin Klein), 갭(GAP), 샤넬(CHANEL) 등은 모두 허브 릿츠를 거쳤다. 그는 관능적이면서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는 베르사체 의류브랜드 광고캠페인 작품을 맡기도 했다. 허브 릿츠는 바람과 땅, 햇빛을 이용해 사람의 몸을 아름답고 감각적으로 표현해냈다. 황량한 마른 호수에서 수호지와 같은 자세로 서 있는 모델 크리스티에서 그의 빛과 자연을 이용하는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누드사진의 세계를 창조하다
1980년대 허브 릿츠는 누드를 외설이 아닌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예술로 승격시키며 누드사진에 혁신을 불러왔다. 그는 매끈한 피부와 조각 같은 인체를 사진에 담아내며 육체의 질감과 생동감을 정밀하게 나타냈다. 과거와 현재, 여성과 남성의 모호한 경계를 둔 그의 누드사진들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다각도에서 인체를 분석하고 작품 구성에 강약을 주며 추상적인 누드의 세계를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브 릿츠의 누드사진은 고대 그리스 신화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것이 많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과거의 문화를 현 시대의 방식으로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입혀 세련되게 표현해냈다. 질감에 집중했던 그는 물, 모래 알갱이 혹은 천의 베일과 함께 배치해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래서 그의 누드 사진에는 우아함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여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허브 릿츠에게 여성모델들은 신뢰와 믿음을 표했다. 이는 <스테파니, 신디, 크리스티, 타티아나, 나오미>에서도 드러난다. 다섯 명의 모델은 허브 릿츠에 대한 절대적 믿음으로 거리낌 없이 옷을 벗었다. 그들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전 세계를 매료시켰다. 이 한 장의 사진은 다섯 명의 모델을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모델로 만들었다. 인물사진에서 허브 릿츠의 즉흥적인 매력이 드러났다면, 누드사진에서는 자연광과 남녀를 구분짓지 않는 중성적 매력이 확연히 도드라졌다.
사진제공 | Herb Ritts Foundations
백승주 기자 100win@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