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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3급 김지원(가명·공과대 전기전자15) 씨는 ‘필기 도우미’가 있다. 그의 필기 도우미 이호정(공과대 기계13) 씨는 지원 씨가 듣는 수업에서 필기를 돕는다. 지원 씨는 호정 씨의 필기를 자막처럼 보며 수업을 따라간다. 이공계 수업이기에 간간이 칠판에 식을 이용한 풀이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이 씨가 받아 적은 필기에 교수님의 설명을 바로 전달해준다. 이 씨는 입 모양을 보며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 구화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래서 호정 씨는 지원 씨가 수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입 모양을 분명하게 한다. 필기 도우미가 없었더라면 지원 씨는 구화로 수업을 따라가야 한다. 지원 씨가 잠시 딴 곳을 본 사이 교수는 수업을 멈추지 않지만, 지원 씨에게 그 수업은 잠시 멈춘다. 그 잠깐 사이 중요한 내용을 놓칠 수 있다. 호정 씨의 책임이 막중하다. 호정 씨는 “제 수업보다 더 열심히 듣게 된다”며 웃었다.
본교는 이처럼 장애인 학생의 원활한 학교생활과 학습을 위해 장애인 필기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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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예진 전문기자

장애인 학생의 필기를 돕는 필기 도우미
장애지원센터에서는 학기 시작 전에 필기 도우미를 모집하며, 성별과 동일 과목 수강 여부를 고려해 선발한다. 장애인 학생이 동성인 도우미 학생과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고, 동일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더 정확하게 필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도 도우미 활동을 했던 최현호(경영대 경영13) 씨는 “자신의 전공이나 수강 중인 과목으로 도우미 활동을 하면 자기 공부도 하면서 장애인 학생을 도울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도우미 학생에게는 한 주에 수업 1학점당 8000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3학점 전공 수업을 들을 경우 한 주에 2만4000원을 받는 식이다. 도우미로 선발된 학생들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장애인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절한 필기 방법을 배운다.

필기를 도와줄 때는 필기 도우미와 장애인 학생의 소통이 중요하다. 교수의 강의법과 장애 학생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필기 방식이 다르기에 미리 활동 내용을 조율해야 한다. 최현호 씨는 “필기 내용을 유인물에 말풍선으로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수강 중인 전공 수업이었고 친한 친구여서 불만은 없었지만 다른 필기 도우미였다면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 학생이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판단되면 도우미는 장애지원센터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자연계 전공 수업엔 도우미 지원 부족해
자연계 전공자들의 필기 도우미 지원이 인문사회계 학생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자연계 수업을 듣는 장애 학생은 같은 전공자이거나 동일 과목을 수강하는 등 적합한 필기 도우미 연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인문사회계 도우미가 자연계 수업 내용을 필기하기는 어려워 같은 자연계 전공의 필기 도우미가 필요하다. 실제로 학기 시작 전 도우미 연결에 실패한 한 이공계 장애인 학생은 해당 수업 수강생에게 직접 필기를 부탁해야 했다. 그는 “개강 3주가 지나서까지 전공수업 필기도우미가 구해지지 않아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성실하지 않은 필기도우미를 교체하려 해도 후보자가 없어 신속한 교체가 힘들다. 이에 장애 학생이 성실하지 않은 필기도우미와 수업을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장애지원센터 정해영 씨는 “질이 높은 필기 도우미를 제공하기 위해서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해주기를 부탁한다”며 “특히 자연계 학생들의 많은 학생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증 장애인은 심사 거쳐야 지원받아
현재 필기도우미는 중증 장애인 학생만 연결이 가능하지만, 필기 도우미가 필요한 경증 장애인 학생도 학생처장과 여러 교수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거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장애와 관련된 진단서와 소견서를 심의위원회에 제출해 필기 도우미가 필요한 상황을 인정받으면 된다.

하지만 몇몇 경증 장애인 학생은 이런 심의절차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필기 도우미가 정말 필요한지 증명하기 어려운 장애 5, 6급인 학생은 사실상 도우미 혜택을 받기 힘들다. 이에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한 학생은 “15년 동안의 진료 목록으로 장애를 증명해야 해 절차가 부담스럽다”며 “힘들게 신청을 해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아 신청을 고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체 4급 판정을 받은 한 경증 장애인 학생은 “필기 도우미가 꼭 필요한 상황임에도 심의위원회를 거친다는 것이 의심을 받는 것 같아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에 정해영 씨는 “도우미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예산이 한정돼 있어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도우미에 대한 관심 가져야
장애 학생을 위한 단체들은 모두 장애 학생을 위한 필기 도우미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인권위원회(KUDA) 박상이(미디어08) 전 부회장은 “장애인 학생이 도우미 없이 수업을 듣는 것은 비장애인 학생이 칠판 없이 펜 없이 공부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서포터즈 ‘모해’ 2대 기장 이영빈 씨는 “교수님들도 아직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해 장애인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처하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필기도우미는 장애인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필기 도우미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상이 전 부회장은 “다양한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만큼 본교 학생들 개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영빈 씨는 “홍보가 안 돼서 도우미 제도에 지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주변의 친구들에게 많이 알려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박선영 기자  psy@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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