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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재난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폭행, 교통사고, 테러 등의 소식이 매일 같이 매스컴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사건의 이면엔 당사자, 생존자, 목격자, 구조자, 치료자, 주변 지인들, 심지어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제3자가 겪을 심리적 외상, 즉,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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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삶의 예측성을 깨는 트라우마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 일시적으로 고통을 느끼지만, 대부분은 다시 정상적으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경험은 심리적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사건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플래시백(재경험) 현상을 경험하거나 지나친 각성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시의 특정 상황을 피하는 회피 증상도 나타난다. 이 기간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진단한다. 장수연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는 “트라우마는 인간 심리에 내재한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믿음’을 깨버리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트라우마 경험은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 공포를 관장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는 삶을 위협하는 공포와 마주치면 몸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뇌 기능을 셧다운(shut down) 시킨다. 편도체의 셧다운은 뇌의 전체 회로를 약화시키는데, 그중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가 전대상회다. 전대상회는 전두엽 내부에서 가장 고등한 활동을 하는 부분이다. 셧다운으로 전대상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판단과 주의집중력이 떨어진다. 김정훈(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심각한 공포를 겪으면 뇌는 단순히 몸이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작동한다”며 “그 이상의 공포 반응을 차단하기 위해 뇌의 고차원적 기능은 저하된다”고 말했다.

  전대상회의 기능 저하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마는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이를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역할을 하는데, 전대상회가 저하되어 판단과 주의집중이 흐려지면 해마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쌍둥이의 해마 크기를 비교한 결과 PTSD 환자가 정상인보다 8%에서 12% 정도 해마의 크기가 작았다.

 

파편화되는 기억들
  트라우마를 겪으면 기억이 왜곡되며, 그 왜곡은 주로 언어현상으로 나타난다. 그 중 두드러지는 현상이 기억의 파편화(fragmentation)다.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은 이야기 구조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자서전적 기억은 언어보다 감각, 지각, 정서적 충격 등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때문에 트라우마 경험자들은 정서 표현만을 반복하며, 사건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유정(연세대 심리학과) 전문 연구원은 “트라우마 경험자들은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기억처럼 이야기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기억의 파편화는 이중표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중표상 이론에 따르면 트라우마의 기억은 언어로 접근 가능한 영역(VAM : Verbally Accessible Memory)과 상황과 감각으로만 접근 가능한 영역(SAM : Situationally/Sensorily Accessible Memory)으로 나뉘어 저장된다. VAM은 언어로 표현이 가능한 기억이어서 의식 수준에서 감각기억이나 정서 등을 인출할 수 있다. 반면, SAM은 자극이나 단서에 대해 반응하는 기억으로, 개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현실의 맥락과 상관없이 나타난다. 트라우마의 기억은 일반적인 기억보다 SAM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플래시백이나 회피 등의 현상을 겪게 된다. 유정 연구원은 “트라우마 기억은 대부분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저장되어 우연히 사건과 비슷한 단서와 마주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응하게 된다”며 “어떤 상황이 증상의 촉발제가 될지 당사자조차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극복 위해선 고통 속으로 들어가야
  PTSD를 치유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그 고통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트라우마 경험은 기억의 인지처리 과정을 불완전하게 해 상황적이고 암묵적인 기억만을 남긴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선 트라우마 경험자가 사건을 기억해내도록 유도하고, 보다 구체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트라우마의 기억이 구체화될수록, 감각기억이 언어화될수록 트라우마 경험자들의 증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장수연 상담심리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스스로가 얼마나 아파하고 있는지 온전히 자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 상담사가 억지로 기억을 끌어내려고 해서는 안 되고 상실에 대한 ‘애도 과정’이 필요하다. 장수연 상담심리사는 “외상을 겪은 사람들은 고통을 회피하려 하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이를 기다려줘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치유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요법(EMDR)도 널리 사용된다. 이는 안구를 수평으로 움직여 뇌를 자극해 과민 기억을 완화하는 것이다. 보통 사건 당시에 왜곡된 사고나 정서는 충분히 처리되지 않은 채 처음에 입력된 감각정보 형태 그대로 저장된다. EMDR은 이렇게 저장된 기억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안구 운동으로 이중자극을 주어 외상기억의 이미지를 약화시킨다. 김은지 단원고등학교 마음건강센터장은 “트라우마 기억을 떠올리며 안구 운동을 하면 부정적 정서가 감소되고, 기억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연결의 생성이 촉진된다”고 말했다.

  적절한 대처와 치료는 외상 후 성장을 낳는다. 외상 후 성장은 외상 사건과의 투쟁 결과로 얻게 되는 긍정적 심리변화로, 외상 이전의 적응 수준을 넘어서 삶에 대한 지각이 긍정적인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PTSD를 잘 극복한 환자들은 보다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심리적, 신체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보통 트라우마를 겪으면 심리적으로 흉터가 생기거나 장애가 발생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많은 연구에서 이를 극복한 환자들이 트라우마를 겪기 전보다 성격적으로 성숙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김은지 센터장은 “심리적 외상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치료를 통해 심리적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고, 사건 이전보다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 기자  june@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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