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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정이 잡힌 날, 세종캠퍼스 온라인 커뮤니티 ‘쿠플존’에 갑작스레 ‘스포일러’가 올라왔다. ‘브라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등 순식간에 많은 학생들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주인공은 빨간 고깔모자를 쓴 남성. ‘쿠플존’에서 ‘종수’로 활동하는 과기대 컴퓨터정보학과 강사 손종수(경영정보학과 98학번) 씨다.
사실 손 씨는 ‘쿠플존’을 만든 장본인이다. “2009년에 총학생회에서 세종캠퍼스 학생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만들었어요. 지금은 그냥 평유저지만(웃음). 제가 뽑은 운영진이 관리자 비밀번호를 바꿔서 서버에 접속도 못합니다”
그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으며 모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학부시절에도 커뮤니티 제작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엔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이 커뮤니티 기능으로 일부 사용되면서 학생들이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본교 학생 커뮤니티로 ‘고파스’가 활발히 운영되는데도, ‘쿠플존’을 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고파스 때문이다. “고파스가 본교의 유일한 커뮤니티였을 때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고파스에서 많이 놀았거든요.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상처를 받고 돌아왔어요. 상처를 주는 학생은 소수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걸 보는 사람은 다수예요. ‘우리 것은 없나?’ 라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시기였고, 그래서 쿠플존을 만들게 됐죠. 쿠플존이 어느 정도 자리 잡게 된 것은 고파스의 영향이 커요. 여러모로 고파스에 고마운 게 많네요(웃음)”
그는 쿠플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쿠플존의 ‘해소 공간’으로써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종캠퍼스 학생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 ‘우리 사회에서 분교의 위상’이거든요. 처음에는 자기비하적인 발언이 많아서 깜짝 놀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 공간에서 가감 없이 표출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저한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발언이 난무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피니언 리더가 필요합니다. 특정의 이슈가 있을 때, 자신의 생각을 막 뱉어내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해요.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중심을 잡아줄 유저가 있으면 더 좋겠죠”
쿠플존의 ‘창조주’로서 운영과 발전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쿠플존의 운영비용을 광고수익에만 의존하는데, 이렇게 되면 업체의 눈치를 보게 돼요. 쿠플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비상업적인 후원이 필요합니다. 세종캠퍼스 졸업생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합니다”
시간과 손가락이 허락하는 한 학생들과 계속 교류하고 싶다는 손종수 씨. 오프라인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지만, 온라인에서는 친근한 ‘종수 형’인 그에게서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김보건 기자 passion@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