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올해 1월에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에 대해 등심위원들에겐 공개했지만, 작년과 다르게 외부반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은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48대 안암총학생회(회장=박세훈, 안암총학)는 3월부터 시작한 교육권리찾기운동의 일환으로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 투명화’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의 실험실습비 공개 요구에 지난 3월, 결산작업이 진행 중이므로 정보가 없어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본지는 실험실습비가 무엇이며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 공개를 두고 갈등하는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실험실습비는 무엇이고 어떻게 책정되나
실험실습비는 교과과정 운영과 실험실습을 위한 전반적인 경비로 수업료의 여러 항목 중 하나다. 하지만 학생이 받는 등록금 고지서엔 실험실습비가 수업료 안에 포함되어 있어 따로 명시되지 않는다. 이에 학생들은 실험실습비가 무엇이고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제대로 알기 힘들다. 지난 4월 3일 열렸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이승준 등록금문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학생대표들이 해당 학과의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과 책정 근거를 자세히 알아봐 학생들에게 실험실습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구성되는지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팀은 그해의 학생 수와 학과의 특성, 실험용품의 원가를 고려해 실험실습비를 책정한다. 윤택상 예산팀장은 실험실습비가 책정되는 시스템에 대해 “학생 수, 학과의 특성과 용품 원가에 따라 실험실습비가 정해지는 시스템”이라며 “학과에서 건의하면 추가로 예산을 책정하기도 하는데 작년에는 융합전공인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 학과의 예산 책정을 다시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용 이과대학 행정실 주임은 “이과대학은 화학실험과 물리실험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실험에 필요한 화학약품 등이 실험실습비 책정에 고려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책정된 실험실습비는 각 단과대 행정실에 전달되며 단과대 행정실은 정해진 배정액을 소속 학과에 전달한다. 소속 학과는 배정액에 따라 실험실습비를 사용하고, 해당 항목을 정리해 보고한다.
총학,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 투명화’ 주장
안암총학은 학교 측에 작년 사용된 실험실습비 결산액과 그 세부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결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실험실습비와 관련된 확정 결산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공개한다고 답했다. 본교의 실험실습비 결산 내역은 사립학교법 제31조 제4항에 따라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통해 검토된 후 대학평의원회자문,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사·의결, 결산이사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에 양군주 재무부장은 “실험실습비 결산뿐만 아니라 본교의 여러 자금계산서, 결산서 등의 확정금액을 5월 31일쯤 본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최종 확정액을 공표하는 것이지 세부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총학생회 측은 학교 측이 자료의 외부 반출을 거절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총학생회는 작년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직접 자료를 받았지만, 올해는 열람장소 밖으로는 반출할 수 없었다. 양군주 재무부장은 “결산작업이 진행 중일 경우엔 금액변동이라는 변수가 있어 외부반출이 어렵다”며 “결산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 공개를 열람하고 싶으면 해당 학과의 동의하에 학생대표자들이 열람할 순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소현 부총학생회장은 “전년도에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반출할 수 있었던 자료를 올해 갑자기 공개 수준을 변경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교가 학생들이 요구한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학생대표자는 열람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일반학생들에게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측은 앞으로 실험실습비 사용 내역 투명화 문제를 넘어 등심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소현 부총학생회장은 “결산 등심위가 끝난 이후 이사회 보고가 완료되면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knowise@kuk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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