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보다는 가속도가 필요해
―공식 'f=ma'에서, 당신은 뭐가 큰가요?
저번에 수업 때문에 조치원에서 저 멀리 대학로까지 갔습니다. 원래 저는 마지막 일정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내려고 했어요. 우리그림읽는법이라는 교양을 듣는데 이인상 특별전을 꼭 보라고 선생님께서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보러 가려고 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저는 홍대 쪽으로 가서 선배들과 밥을 먹게 되었답니다. 그 때 지금 출판사에 취업 중인 선배님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지요.
먼저 선배님의 일화부터 말씀드릴게요. 면접을 봤습니다. 서울여대 생명공학부 졸업생이 면접을 보러 왔대요. 선배님은 처음에는 의아해했죠. ‘읭?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이 여길 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접을 보면서 왜 들어오려 하는지를 물어봤다고 합니다. 책을 평소에 많이 읽는다고 대답을 했대요. 그래서 무슨 책들을 읽었느냐고 물었는데 스스로 재미있게 생각했던 장르소설들의 내용과 평가까지 술술 읊어대더랍니다. 편집자를 뽑으려고 했던 선배님은 그 분을 단번에 합격시켰다고 하네요.
그 선배님은 그러시면서 f=ma, 즉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와 같다’ 라는 공식을 저희에게 말씀해주셨어요. 이것을 20대에게 대입시키자면 질량은 스펙이고 가속도는 젊은 마인드라고 하셨죠. 선배님의 말에 따르면 요즘 세상의 20대는 ‘질량’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답니다.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경력 쌓기에 바쁘잖아요. 봉사활동도 이력서에 뭘 적을 공간을 채워 넣기 위해 하는 작업에 불과하고요. 정작 그 무거운 질량을 움직이게 할 ‘가속도’가 없으면 아무 힘도 발생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1000이 있어도 0을 곱하면 그것은 결국 0이잖아요?
20대는 어차피 각종 우여곡절과 좌절로 가득한 시기라고 합니다. 다들 이 나이 때 이성에게 고백하고 차이고 고백하고 사귀잖아요. 물론 차이고 차여서 마법 게이지만 가득 쌓는 분들도 있지만요. 이게 다 우여곡절과 위험부담의 일부입니다. 잘 해내고 있지요.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인생 전체에 대해서는 너무 소심하게 발만 까딱대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가속도를 붙여놓고 있는지 생각을 해봐야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주에 하고 싶은 말은 이것밖에 없네요.
추신1 : 그렇습니다. 점점 소재가 고갈되는 아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슬프군요. 다음 주는 시험기간이니 또 쉬고 싶습니다. 그래도 다다음 주에는 아시아 U-19 챔피언십 대표팀 이야기를 다뤄보고요, 다다다음 주에는 제가 최근 지른 음반들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소모임 가을소풍 계획도 짜고 생활도서관 운영도 착실히 해야 하는데. 조그만 응원 부탁해요. 쿠플존 식구 여러분 모두, 춥고 외로운 가을 쓸쓸하지 않게 베개라도 꼭 안고 주무시길 바랍니다. 아. 과제하기 싫어.
추신2 : 교통비만 지원해주신다면, 10월 24일 일요일에 아시아드에서 열리는 FA컵 결승전 경기 리뷰 글을 쓰겠습니다! (저는 KTX 왕복을 원합니다.)
추신3 : 저에게 '상태 좋아?'라는 1인극 티켓(쿠폰?)이 생겼어요. 개그맨 안상태 씨가 하는 연극이지요. 티켓 한 장으로 두 명이 볼 수 있다네요. 그런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요. 기한이 이번 주 토요일까지인데... 흑흑
가속도, 전에 수업 때문에 본 연극에 강조되던 말 아니었던가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