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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불법도박자, 청년이 36%
'한탕' 노리며 중독으로 이어져
"합법화로 규제·관리해야"

박(남·21) 씨는 페이스북을 하는 중 댓글 창을 열기 망설여진다. 많은 광고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불법 도박의 유혹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는 5개월 전 불법 도박을 끊고 합법 도박을 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 과거 불법 도박 사이트가 떠오를 때면 페이스북 댓글을 열어보기도 한다.

페이스북 댓글을 보면, 사진과 함께 카카오톡 ID를 적어놓은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대부분 불법 도박 사이트로 통하는 첫 길목이 된다. 그 길목을 따라 사이트로 들어서면 큰 금액을 두고 도박을 하는 20대들을 마주할 수 있다.

도박은 청년에게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최초 도박 시작 평균연령은 25.7세다. 20대가 불법 도박을 이용하는 현황과 이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사례 중심으로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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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률도 높고 세금도 없는 불법도박에 빠지는 20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규제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 연출된 사진입니다.

모니터 앞에서 하는  불법도박

A(남·26세) 씨는 5년간 카지노 도박을 하고 있다. 홍콩으로 유학을 갔던 21살, 처음 카지노에 가서 맛봤던 쾌감을 잊지 못한다. 한국으로 오고 난 뒤에는 강원도에 있는 카지노를 몇 번 찾았지만, 요즘은 인터넷으로 불법 카지노 도박을 지속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불법도박을 접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불법도박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도박 경험자 중 불법인터넷 도박을 이용한 사람이 53.6%로 가장 높았다. 또한, 불법도박 서비스 이용자 중 청소년과 20대의 비율은 35.9%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인터넷을 통한 접근이 손쉬운 만큼 낮은 연령대의 불법도박 이용률이 높게 나타난 셈이다. 진심의학과의원 최삼욱 원장은 “10년 전 도박은 주로 경마, 경륜이었다면 최근엔 사다리 게임, 온라인 도박이 유행하는 등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며 “온라인에 익숙한 20대가 가장 노출되기 쉬워 앞으로도 대학생 불법 도박의 위험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이 불법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는 주된 경로는 인터넷 개인방송이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를 통해서다. 개인 인터넷 중계방송인 아프리카TV 채팅창이나 영상엔 ‘놀이터’라는 은어를 사용한 사이트 홍보가 무분별하게 돌아다니고, SNS에서도 콘텐츠 댓글을 통해 이러한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 단속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박상규 이사장은 “인터넷 불법도박은 서버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고, 사이트 주소를 자주 바꾸는 등 기술적으로 단속하기 어렵다”며 “온라인 사이트의 경우 개설과 관리비용이 오프라인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운용자들이 지속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순간적인 호기심에 발 들여

6개월째 도박을 하고 있는 B 씨(남·28세)는 사설 토토 사이트를 이용한다. 용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도박은 큰돈을 가져다줬다. 편의점 한 달 아르바이트비가 순식간에 손에 들어온 것이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더 큰 금액을 도박에 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합법도박이 있는데도 불법도박을 하는 이유는 여러 제약이 없어 한 번에 더 많은 돈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불법도박인 ‘사설 토토’의 경우, 합법 스포츠 토토와 달리 본인인증과 성인인증의 절차가 간단한 경우가 많다. 또한, 합법 스포츠 토토는 22%의 세금을 부과해 실질적으로 벌게 되는 액수가 적은 반면, 사설 토토는 합법 토토보다 배당률이 높게 적용된다.

용돈 벌이나 즐길 거리로 시작한 불법도박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불법도박 경험이 있는 황(남·24세) 씨는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도박이었지만 어느새 등록금을 빼돌릴 정도로 중독된 적이 있었다”며 “계속 돈을 잃어도 마지막에 큰 금액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은 “불법도박은 이러한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비판했다.

불법 도박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2014년도에 도박 상담 서비스를 받은 가족 지인은 등록자의 40.6%를 차지했다. 한국단도박가족모임 사무국장은 “도박자의 가족까지도 도박자 취급을 받는 것이 사회의 현실이어서 가족의 피해도 상당하다”며 “도박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질병’이므로,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사행산업 확대를 두고 엇갈리는 시선

C(남·28세) 씨는 3개월간 사설 토토를 하다가 지금은 그만뒀다. 그는 불법도박을 막으려면 오히려 사설 토토 사이트를 합법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운영하는 토토에 100만 원을 넣는 것은 합법이고, 다른 곳에 100만 원을 넣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에서 합법으로 규정되는 도박은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복권 △소싸움경기로 총 7가지다. 연간 120조~180조 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도박시장에서 위 합법사행산업은 20조 원 내외 규모에 머물고 있다.

이에 불법도박시장을 양성화시켜 체계적인 관리를 시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석구 연구위원은 “합법시장의 높은 세율 때문에 불법도박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세율이나 베팅방식 등의 개선을 통해 합법사행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불법시장을 합법시장으로 최대한 흡수한다면 지금 음지에 있는 불법도박 자금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도박 업체운영에 면허제를 도입하는 등 도박이 양성화되고 있다. 도박위원회를 통해 도박 업체를 관리하면서 피해를 줄이고 시장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반면 사행산업이 확대되는 것 자체에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 이정인 감시전문요원은 “합법사행산업도 지나치게 확대된다면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도박중독환자들 치유 사업을 함께 늘리면서 사행산업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igword@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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